지금은 앞머리로 가렸지만 3년 전 막내 이마는 아찔했습니다. 뜻밖의 모서리에 일곱 바늘 꿰맸거든요. 상처가 잘 아물어 하얀 줄로 남은 아이 머리 볼 때마다 그저 신기합니다. 한번은 집 앞에서 넘어져 얼굴 살짝 갈았는데 하루 이틀 지나니 예쁜 딱지가 앉았습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뽀얀 새살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저 세 살 즈음 죽솥에 팔 넣다 덴 자리, 6년 전 10월에 넘어져 깨진 앞니도 지금은 괜찮습니다. 가끔 이가 시리지만 밥 한 숟갈 먹기도 버겁던 그때를 생각하면 감사할 뿐입니다. 계단에서 발목 금 가 깁스하고 다닌 여름, 허리 디스크로 도수치료 드나들던 늦가을도 흐르는 세월 속에 가뭇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중3 때 <아들과 딸>이 있었습니다. TV 잘 안 보는 제가 주말 밤 8시마다 바짝 앉아 봤습니다. 딸이라서 늘 치이고 마음 앓던 후남이가 일하면서 공부하고 글 쓸 때 들려오던 <에버그린(Evergreen)>. 후남이가 국어선생님이 되고 작가의 꿈을 이루던 날, 방송 보던 제 안에도 반짝이는 초록이 일렁였습니다.
몸이 아픈 날도 있고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내려앉던 나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어느 순간 새살이 돋았습니다. 어떤 일은 잘 풀리고 또 다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지만 고맙고 달달한 순간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열고 닫습니다. 그럴 때 '고진감래(苦盡甘來)' 네 글자가 한없이 고맙습니다.
* 고진감래 :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말입니다. 흔히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활짝 핀 꽃! (2021.12.12)* 수잔 잭스(Susan Jacks 1948~)의 <에버그린(Evergreen)>. 우리 나라에선 MBC 드라마 <아들과 딸> 배경음악으로 유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