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되는 삶

by 스마일한문샘

1학년 4과 '나의 학교생활'. '先生(선생)', '學生(학생)' 설명하다 졸음방지 출석퀴즈. "여러분이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이나 휴대폰 게임이 있으면 채팅창에 비밀댓글로 쓰세요. 안 하면 "안 해요" 쓰시면 됩니다." 롤(리그 오브 레전드), 배그(배틀그라운드), 로블록스, 브롤스타즈, 무한의 계단...... 피파나 카트라이더 같은 고전 게임, 처음 듣는 게임도 꽤 있습니다.

"롤 하는 친구들이 많으니 롤로 설명할게요. 저는 게임을 1도 못해요. 그런데 제가 ㄱ이에게 롤을 배운다면 누가 선생이고 누가 학생일까요?"

"ㄱ이가 선생님이고 선생님이 학생이요."

"선생은 먼저 선(先), 날 생(生). 먼저 태어난 사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한문 시간에는 제가 선생이지만 게임은 여러분이 저에게 선생일 수 있어요."

어떤 반에선 'League of Legends' 영어 철자까지 정확하게 쓰는 학생이 있어 페이커가 스승의 날 앞두고 11년 전 담임선생님 찾아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ㄴ이가 "저 그거 봤어요!"

"그러면 친구들에게 어떤 내용인지 말해 줄 수 있어요?"

"내용은 안 보고 표지만 봤어요."

"아~ 썸네일만 봤어요?"

영상 내용을 짧게 설명하고 물었습니다.

"만약 페이커가 중2때 담임선생님께 롤을 가르쳐 드린다면 누가 선생님이 될까요?"

"페이커요."

"선생은 먼저 태어나서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지만, 나이가 적어도 잘하거나 열심히 하는 게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선생이 될 수 있어요. 한유란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답니다. 나보다 먼저 태어나 배울 만한 부분이 있으면 그 사람을 선생님으로 생각하고, 나보다 늦게 태어났어도 배울 만한 부분이 있으면 그 사람을 선생님으로 생각하고 배우겠다고."

줌에 비친 아이들 눈빛이 진지합니다.

"저도 가끔 여러분에게 배워요.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면 참 멋있어 보여요.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며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수업 마치고 아주 오랜 교과서를 다시 읽습니다. "내 앞에 태어나서 그가 도를 들은 것이 진실로 나보다 앞선다면 나는 그를 따라 스승으로 삼고, 내 뒤에 태어났어도 그가 도를 들은 것이 또한 나보다 앞선다면 나는 그를 따라 스승으로 삼으리니"!​

* 인용한 글은 한유의 <사설(師說)>입니다.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生乎吾前(생호오전)하여 其聞道也(기문도야)가 固先乎吾(고선호오)면 吾從而師之(오종이사지)하고, 生乎吾後(생호오후)라도 其聞道也(기문도야)가 亦先乎吾(역선호오)면 吾從而師之(오종이사지)니"​

* 다른 반에서도 그 반 학생들이 많이 하는 게임으로 이야기했습니다. 0반은 로블록스.

정우상, 정달영, 『고등학교 한문 상』, 124쪽.

* 수업 때 학생들과 같이 본 페이커 영상입니다. 첫 5분 정도만 보여 주었습니다.

https://youtu.be/NVPSPh1H6vA

이전 08화세단기에 담은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