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거 뭐예요?"
"이따 알려 드릴게요."
3과 '나의 가족' 마무리할 즈음 이면지를 한 장씩 나누어 주고 묻습니다.
"앞에 있는 거 뭘까요?"
"잘 모르겠어요."
"파쇄기인가요?"
"정답! 세단기(細斷機)라고도 합니다. 가늘 세, 끊을 단, 틀 기. 파쇄기(破碎機)라고 하면 깨뜨릴 파, 부술 쇄 써서 문서를 부숴 버린다는 뜻이 강합니다."
"지금부터 이면지에 5분간 가족이랑 힘들거나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마음을 쓰세요. 가족이랑 잘 지내면 다른 고민을 쓰셔도 좋아요. 다 쓰면 세단기에 넣고 갈면 됩니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저도 안 볼 거니 이따 종이를 반으로 접어 세단기에 넣으세요."
딱 1명이 "안 적으면 안 돼요?"
"너무 힘들면 안 써도 됩니다."
"진짜 안 보세요?"
"못 봐요. 여러분 사생활이잖아요. 그리고 다른 친구에게도 보여 주면 안 됩니다."
5분 뒤 "복도 쪽 분단 학생들부터 나오세요."
"윙~"
"신기해요!"
금세 줄이 빼곡합니다.
"종이가 잘 안 들어가요."
"빳빳하게 접어 넣으세요."
안 쓴다던 아이도 종이 들고 섰습니다.
창가 쪽 학생들까지 다 넣은 다음 묻습니다.
"세단기에 종이 넣으니 시원한 사람?"
2/3 정도 손 듭니다.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사람?"
5~6명이 듭니다.
"누구나 말은 안 하지만 자기만의 어려움을 갖고 있어요. 그럴 때 종이에 고민이나 내 감정 쓰고 갈아 버리는 건 다른 사람에게 화내거나 잘못된 방법 쓰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지요."
"그러면 집에 세단기 없으면 어떻게 할까요?"
"찢어 버려요."
"태워 버려요."
"물에 불렸다 버려요."
"좋은 방법인데 그렇게 하면 귀찮을 수 있죠. 컴싸*로 까맣게 칠해서 버리면 안 찢어도 되겠지요. 예를 들어 아빠께 휴대폰 많이 쓴다고 꾸중 들었을 때 내 마음을 종이에 쓰고 컴싸로 칠하면 그냥 버려도 돼죠."
* 컴싸 :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
* 세단기는 집에서 쓰려고 사비로 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