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마다 순대를 삽니다.
"어서 오세요~"
"카레순대 하나요."
탁탁탁. 큰 도마에 뜨끈한 순대. 1주일에 한 번, 오후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 순대 트럭 사장님 손이 빠릅니다. 경쾌한 칼질에 쌓이는 순대 앞에서 어린 날 한자락을 불러 옵니다.
29년 전 2월, 용돈 모아 『재미있는 고전여행』을 샀습니다. 『열자』와 『장자』에 낯선 글이 많았는데, 특히 문혜군의 요리인 이야기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소를 잡아 칼로 자르는 소리가 탁탁 들어맞고, 뼈마디 사이 빈 틈 따라 칼날을 움직여 19년간 쓴 식칼이 숫돌에 금방 간 듯 날카롭단 이야기는 읽고 또 읽어도 신기했습니다.
시간이 더 흘러 알았습니다. 포정해우(庖丁解牛)라는 성어가 있었고, 포정은 소를 잡는 사람이며, 해우는 살코기와 뼈를 가르는 일이라는 것을. 포정은 자기 일을 사랑하고 소의 결을 따라 뼈와 살을 발라내지만 뼈와 근육이 얽히고설킨 곳에 칼날이 닿으면 그 어느 때보다 조심조심 움직인다는 것을.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칼질만큼 명랑한 인사에 노을이 내려앉습니다. 어둑한 길 따라 하루를 맺습니다.
* 포정해우(庖丁解牛) : 포정이 소를 잡는다는 말로 기술이 매우 뛰어난 사람을 뜻합니다.
순대 사진이 없어 책으로 대신합니다.
『재미있는 고전여행』(김창현) 271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