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

by 스마일한문샘

말을 황금처럼 아끼고 자취를 옥과 같이 감추라.

깊이 침묵하고 잠잠하여 꾸미거나 속여서는 안 된다.

빛을 속에 감추어 두라. 오래되면 밖으로 빛나리라.

- 이덕무, <회잠(晦箴)>

惜言如金(석언여금), 鞱跡如玉(도적여옥).

淵默沉靜(연묵침정), 矯詐莫觸(교사막촉).

斂華于衷(염화우충), 久而外燭(구이외촉).

* 번역은 『리더의 말공부』(박수밀, 송원찬) 146쪽에서 인용했습니다.

재작년에 자유학년제 담당이었습니다. 꿈 부채 만들 때 학생들이 조개부채 꾸미는 동안 활동사진 찍으면서 제 부채를 만들었습니다.

"斂華于衷(염화우충), 久而外燭(구이외촉)." "무슨 뜻이에요?" 조금 더 씁니다. "빛을 속에 감추어 두라. 오래되면 밖으로 빛나리라." 이덕무의 <회잠(晦箴)> 중 마지막 구절입니다.

<회잠>은 저의 좌우명입니다. 『고전필사』 읽다 마흔 번째 생일 즈음에 옮겨 쓰면서 외웠습니다. 처음엔 마지막 구절만 아꼈는데 언제부턴가 다른 글에도 눈이 갑니다. 여러 번 옮겨 쓰다 스물네 글자를 외웠습니다. '회(晦)'는 그믐이지만 이 글에선 '감추다'로 풀이하고, '잠(箴)'은 침으로 아픈 곳을 치유하듯 자신의 마음을 찔러 경계하는 글입니다.

이덕무는 왜 20대 초반에 이 글을 썼을까요. 그가 쓴 『영처문고(嬰處文稿)』에는 잠이 세 편 나옵니다. <회잠>, <자수잠(自修箴)>, <입춘잠(立春箴)>. 셋 다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다듬고 벼린 글입니다. 학문과 인품이 뛰어났지만 서얼이라 남모를 서러움이 많았을 그가 혈기와 음울함, 내면의 반짝임을 추스르며 썼을 말. 그 나이에 어떻게 이런 글을 썼을지 볼 때마다 놀랍니다.


여러 일로 삶의 무게가 한없이 크게 다가올 때 이덕무의 말에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도 <회잠>을 책상 옆에 붙여 놓고 읽었을까요. 아끼는 글을 다시 한 번 수첩에 옮깁니다.

사진은 한국고전종합db( http://db.itkc.or.kr )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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