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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Jun 22. 2024

등대 같은 아이

"강연을 다니며 나는 등대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때로 사람들이 강연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가 있으면 든든하다."(강원국 · 김민식, 『말하기의 태도』, 108쪽) 저에게도 그런 아이들이 있습니다. 초임 때부터 교직 실경력 15년차인 올해까지 때로는 어렵고 어떤 날은 안개 낀 교실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 아이, 아이들.

수업이 마냥 즐거우면 좋겠지만 어떤 날은 잊고 싶고 말을 아끼고 싶습니다. 열심히 설명하는데 엇박 긋는 듯하거나 '이렇게 수업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날, 그럼에도 눈 빛내며 오롯이 귀기울이던 아이들을 기억합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빛이 더 밝듯, 그런 아이가 있으면 교실이 환해집니다. 지친 마음 쉬어가며 수업에 정성 쏟는 힘이 됩니다.

지난 주에 한문 학습지를 검사했습니다. 빈칸이 많거나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학습지도 있지만, 단아한 글씨로 반듯반듯하게 쓴 학습지 앞에 앉으면 도장 찍고 점수 쓸 때 차분함을 넘어 경건해집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이렇게 못했는데......' 자잘한 설명까지 고운 글과 그림으로 아로새긴 학습지는 한 학기 내내 최선을 다해 달려온 흔적입니다.

공강 시간에 동료 선생님이 "ㅇㅇ이 참 괜찮지 않아요?"
"ㅇㅇ이 학습지 검사하다 0반, 0반에서 하루 내내 스트레스 받은 것보다 더 큰 위로를 받았어요!"
넓고 넓은 교실에 등대 같은 아이, 알게 모르게 주변 친구들까지 맑고 밝게 물들이는 아이들 덕분에 퇴근길이 가볍습니다. '더 잘 가르쳐야지!' 수업 가는 길이 빨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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