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저는 책을 읽지 않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고백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감에 대해 고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글 쓰는 것이 어렵다고 느낀 적 또한 없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남들이 책을 읽으며 간접적으로 무언가를 배울 때, 나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있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았고, 느꼈고, 또 배웠다. 솔직히 쓰고 싶은 말은 넘치도록 많은데, 도대체 이것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하루하루 있던 일을 에세이로 쓰는 것이다. 그렇게 쓰다가 내가 느꼈던 과거의 경험과 상응하는 부분이 생기면 그 경험을 글에 녹이는 방법으로 말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습관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습관'이란 어떤 일을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을 뜻하는데, 사람이 책 읽기를 습으로 만들려면 최소 3권은 내리읽어야 그것이 약하게나마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죠, 저는 한 권은 어찌어찌 읽기는 하는데, 다음 책을 읽으려고 할 때면 손이 안 가더라고요 ㅠㅠ 그냥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간인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늘 해왔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작년까지는 책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노력은 하지 않았음에도 아무렇지 않았다. 언젠가 읽으면 되지, 또는 습관은 천천히 만들면 되니까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말이다. 그런데 요즘 브런치를 애정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있는데, 대부분의 작가님들이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시니.. 뭐랄까, 책 읽기에 대해 은근 죄책감과 압박감이 올라온다고 해야 하나 ㅜㅠ
하여 읽지 않는다는 죄책감을 방지하고자 '나는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시원하게 고백하는 것이다. 또한 책을 읽지 않았던 나이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읽으며 습관을 형성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공표이기도 하다. 하나 더, 세상에는 나와 같이 책 읽기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책 많이 안 읽은 사람도 글 쓸 수 있어요~'라고 말이다.
나이가 들어서 습관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둥이에게는 책 읽는 습관을 유산으로 꼭 남기고 싶었다. 하여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콕 집어서 많이는 아니더라도, 단계별로 꾸준히 읽혀왔다. 그 덕분에 둥이는 책을 거리낌 없이 잘 읽고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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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모토는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살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세상에 나쁜 경험은 하나도 없다'이다. 아무리 최악의 경험이었더라도, 죽고 싶을 만큼 힘든 경험이었더라도, 결국 그 경험을 통해 인생을 배우게 되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그 경험이 예쁜 추억으로 바뀌는 것을 겪어 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여전히 경험을 위한 방황을 하는 중이고 말이다.
이렇게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는 나인데 허구한 날 집구석에만 있으니.. 매일 명상하면서 내 안을 채우는 것도 두 달이니 충분하다. 이렇게 명상만 하다가 해탈하겄어 -_- 이제는 좀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때 일이 구해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솔직히 4월 15일부터 2주간 북섬을 여행할 계획이라, 일단 이력서 넣는 것은 4월 말까지 보류 중이다.
집에만 있는 게, 그리고 혼자 있는 게 좀이 쑤셔서 이제는 여기저기 기웃거려 봐야지 하는 마음이 강하게 올라온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찾아보니, 근처 도서관에 English Conversation Club이 있다고 하네. 거기를 한번 가볼 생각이다. 그곳에서 나의 사회성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집 근처에 봉사활동 하는 곳이 있는지도 한 번 알아볼 생각이다. 혹시라도 즐거운 일이 생기면 공유하겠다.
이상 앞으로는 책을 자주 읽게 될 한나Kim이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