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광화문 공연에 대한 생각

'그들이 지구 문화 대통령임을 경험했던 1인, 여기 있소.'

by 한나Kim

며칠 전부터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주제 중 하나가 'BTS 광화문 공연'이 아닐까 싶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공연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본 후, 내가 2019년에 경험했던 일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코로나가 시작되기 불과 몇 개월 전인 2019년 가을이었다. 요하네스가 프랑스인 친구로부터 이메일을 한통 받으면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내 딸이 고2인데 다음 주에 BTS 공연을 보러 일주일간 한국에 가. 그런데 혼자 가... 이미 숙소와 일정을 다 짰기에 너의 도움은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아직 미성년자이니 혹시라도 일이 생기면 너한테 연락을 해도 될까? 비상연락망으로 너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있겠니?"


What? ㅇ_ㅇ


BTS 공연 때문에 고2 딸이 혼자 한국에 온다고? 그걸 허락한 아빠도 신기하고, 또 혼자서 가겠다고 한 딸도 대단하고. 이 이야기를 듣고 엄마로서 또 찐 한국인으로서 형용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꼈다. 하여 아빠들은 빠지라고 하고 내가 그녀와 직접 이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한국에 오는 당일이 되었는데, 그녀가 비행기를 타기 전 나에게 다급한 이메일을 보내왔다.


"같이 지내기로 했던 캐나다인 아미가 한국에 못 온대요. 나 혼자 에어비앤비에서 지내는 게 무서워서 그런데 오늘 밤 한나Kim 집으로 가도 될까요? 일주일간 그곳에서 머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상황에서 안된다고 하는 어른이 어디 있으랴. 다급하게 우리 집 주소를 보내주었다. 조심히 오라는 인사도 잊지 않고 말이다. 그녀는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1주일간 그녀와 생활하게 된 것이다.


고2 소녀가 혼자서 한국에 온다고 했을 때 혹시 외롭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BTS를 좋아하는 또래 친구를 수소문해 보았다. 황당한 것은 그때 찾은 아미가 또래가 아닌 나보다 3살이 많은 일류대학교 여교수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도 3명이 있는 분 중년 여성이 아미라고? 여기서 1차 쇼크. 그 교수님은 1년에 2번씩 BTS 해외 공연을 쫓아다니는 열혈팬이라고 하셨다. 그분께서 도움이 필요하면 전적으로 도와준다는 말씀을 하셨기에 내 잣대로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이 든든했다.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그녀는 이른 아침에 나가서 저녁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침을 뚝딱 먹고 나간 후 김치 등갈비를 줘도 잘 먹고, 미역국을 줘도 잘 먹고! 뭔가 밥 줄 맛이 나는 아이였다ㅎ 밤 10시가 넘어서 들어왔다. 도대체 뭐를 하고 돌아다니니? 물어보니 핀란드에서 온 중2 아미 소녀와 만나서 놀았단다. 중2? 걔도 혼자 온 거야? 물으니 그녀는 아빠랑 왔단다 ;; 다음 날은 멕시코 아미랑 만났다고 했다. 그렇게 한국을 방문한 아미들이랑 BTS 팝업 스토어도 가고, 공연도 보면서 신나게 즐기는 그녀였다.


어느 날은 한 보따리 짐을 짊어지고 들어오길래 뭐를 샀니 물어보니 잠옷이란다. 머리띠도 있었던 거 같고, 슬리퍼도 있었던 거 같다. 그저 별거 없어 보이는 것들이었는데 잠옷이 12만 원인가 했다. 그 가격을 보고 다시 한번 쇼크. 그 돈을 주고 이걸 산 거야? 단지 BTS 캐릭터가 있다고?? ㅇ_ㅇ


그녀와 함께한 일주일은 ‘아이돌’에 대한 나만의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는 계기가 되었다. BTS는 단순히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 존재가 아닌, 하나의 문화이자 현상이며, 견고한 세계 그 자체임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BTS는 구매하고 소비로 끝나는 1차원적인 상품과는 달랐다. 그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을 사랑하게 하고, 직접 방문하게 하며, 한국어를 배우게 만든다. 즉, 현재를 넘어 미래에까지 영향을 확장시키는 존재로서, 단순한 물건을 넘어선 훨씬 더 고차원적인 가치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위 경험을 공유하는 이유는 많은 시민들이 'BTS 광화문 공연'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공연이 큰 불편을 초래하고, 또 소중한 공권력이 소비되는 것은 사실이니까.


2019년을 경험하기 전의 나였다면 아마도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당시의 나는 편협한 시각에 갇혀, 홀로 한국을 찾은 고2 학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고 아이돌과 그 문화를 폄하했었다. 그러나 그녀를 경험하면서, 이것이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이자 끈끈한 결속이며, 건강한 축제임을 깨달았달까. 덧붙여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그 어떤 상품보다도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BTS가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에서 공연을 하고, 또 이 공연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가 된다. 과연 이보다 더 큰 파급 효과가 있을까? 이 효과는 당장의 불편함에 가려 지금은 잘 보이지 않겠지만, 사실 이 공연 자체가 김구 선생이 갈망하던 문화 강국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나는 'BTS 광화문 공연을 찬성합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네이버에 이렇게 댓글을 달았더니 50명이 찬성을 했고, 100명이 반대를 눌렀더랬다ㅎ 욕도 무지하게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한번 외친다. BTS 광화문 공연을 찬성한다고 말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이 성대한 축제가 BTS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아미들에게 행복과 짜릿함을 주길 바란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