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팔라이(Sipalay)는 천국이구나.
'필리핀에 좋은 곳이 이리 많다.'
지난 목요일, 바콜로드의 남부 버스 터미널에서 시팔라이(Sipalay)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곳의 버스 퀄리티가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고, 또 시팔라이까지의 가격이 높아서 두 번 놀랐다. 모든 버스에는 에어컨이 장착되어 있었다. 바콜로드에서 시팔라이까지의 가격은 어른은 402페소(만원), 아이는 345페소(8600원). 시간은 약 6시간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오전 8시 버스를 타고, 1시 10분경에 시팔라이에 도착한 걸로 봐서 약 5시간이 걸렸다.
시팔라이로 가는 방법은 또 있다. 바콜로드에서 택시나 벤을 대절해서 갈 수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약 4천 페소(10만 원)가 든다고 한다. 혹은 남부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벤이 10대 이상이 서있는 곳이 있는데, 거기는 벤을 셰어 하는 곳이라고. 벤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두 명씩 모여서 일정 인원 이상이 되면 출발한다고 한다. 이 벤을 타고 가면 약 4시간이 걸리고, 가격도 버스랑 비슷하게 400페소라고 한다. 그렇지만 짐칸이 따로 없기에, 짐을 가지고 가고 싶으면 짐을 놓을 자리를 400페소 주고 따로 사야 한다고 한다.
Sipalay는 바콜로드가 있는 네그로스 섬의 서남쪽에 위치한 곳으로, 아름다운 해변과 바다로 유명하다. 그러나 네이버나 다음에서 Sipalay를 쳐도 정보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닌 것 같다.
막상 이곳에 와보니 온갖 유럽인과 북미인들이 3주에서 두 달씩 머문다고 하는 걸로 봐서 서양인들에게는 꽤 유명한 곳인 듯하다. 또 한 번 온 사람들 보다는 3~4번씩 재방문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걸로 봐서 시팔라이의 매력에 빠진 마니아들이 많은 것 같다.
시팔라이는 바콜로드에 사는 친구 로셀이 작년에 가보라고 추천을 해줬던 곳이다. 그러나 걱정 많은 남편이 Sulu 해에는 해적(?)이 나온다며 자기는 안 가겠다고 해서 작년에는 보홀을 방문했던 것이다. 뜬금없이 웬 해적이더냐.. -_- 후
우리가 머문 곳은 Sugar beach에 위치한 Sulu Sunset Beach Resort다. 슈가비치에는 4~5개의 리조트가 있는데, 희한하게도 이곳 리조트의 주인은 독일인, 독일어를 쓰는 스위스인 등 대부분 유럽인들이다. 다들 20~25년 전에 이곳을 방문했다가 여기만의 매력에 빠져 터를 잡고 자신들만의 색깔로 리조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비치에는 유독 독일 관광객들이 많다.
가격은 싸다면 쌀 수도 있고, 비싸다 생각하면 비쌀 수 있다. 일단 방은 4인 가족이 머물기에는 좁은 2인용 방으로, 하루에 약 85000원을 냈다. (우리가 머무는 날에 가족실이 없었다) 에어컨은 없지만, 방갈로로 지어진 곳이라 습하지 않고 굉장히 시원하다. 천장에 팬(fan)이 달려있지만 사용한 적이 없을 정도다.
근데 하루 세끼를 다 사 먹어야 한다. 한 끼에 약 300페소(7500원) 정도이니 4인 가족이면 7500원*4인*3회 하면 하루에 9만 원 정도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음료까지 합하면 먹는 것으로 하루에 10만 원이 넘게 드는 셈이다. 슈가비치 근처에는 로컬 식당이나 슈퍼마켓이 전무하기 때문에, 무조건 사 먹어야 한다. 음식은 다 맛있는 편이다.
여기서 만난 관광객들의 말을 들어보면, 예전에는 슈가비치 물가가 저렴했기에, 시팔라이 슈가비치에는 배낭여행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그치만 Covid 이후부터 가격이 굉장히 높아져서 배낭여행자들이 올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고. 지금은 그 당시 배낭여행으로 왔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다시 찾는 장소가 된 듯하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한적하다.
시팔라이에는 다이빙, 스노클링, 동굴투어, 육상투어 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곳의 해먹에만 누워있어도 천국인 것을..
희한하게도 여기에 책을 읽으려고 가져왔는데, 밥 먹고 나면 왜 이리 졸린지 잠이 쏟아진다. 그리고 나면 또 식사 시간이다. 뭐 하는 것도 없이 시간이 너무 잘 간다. 이곳은 나 같은 사람에게 최적인 휴양지인 듯하다.
사실 바콜로드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두 달간 거의 매일 사람을 만났고, 이일 저 일로 너무 바빴어서 몸이 만신창이가 됐더랬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무릎보호대를 해야 했고,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도 안 나왔었다. 그리고 폐병 환자 같은 기침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어서 그랬는지 따뜻한 바콜로드에서 일주일을 있었는데도 컨디션이 그닥 좋아지지 않았었는데... 얼래? 시팔라이 와서 먹고 자고 수영하고 맨발로 다녔더니 이젠 몸이 다 충전이 됐네! 24시간 하던 무릎보호대도 뺐고, 기침뿐 아니라 목아픔도 싹 사라졌다 :) 역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 필요한 듯하다.
암튼 이 글의 결론은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있어 사람 만나는 재미가 있는 Sipalay의 Sugar beach로 놀러 오라는 것이다~ 단, 이곳에서 재미가 있으려면 오픈 마인드 장착이 필수인 듯하다! :)
여기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했다. 그들의 이야기와 사진을 동반한 시팔라이 여행기는 바콜로드에 가서 작성하겠다. 오늘의 이야기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