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청소년기의 내가 초등학교 시절 나를 돌아봤을 때,
웃음 짓게 하는 추억도 많았지만
눈살 찌푸리게 하는 오글거림도 만만치 않았다.
대학생이 되어 내 청소년기를 돌아봤을 때,
새로운 오글거림이 더 해졌고
앞만 보고 열심히 공부한 내가 기특했다.
대학원생이 되어 내 대학생활을 돌아보니,
쉬지 않고 달려 목표를 이뤘지만
참 많은 것을 즐기지 못하고 놓쳐버린 시간들이 안타까웠다.
나를 나답게 한다는 것.
계속해서 변화해가는 나의 외적, 내적 모습을 발견하니 나다운 게 뭔지 잘 모르겠는 요즘이다.
세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나 얌체 소리 참 많이 듣고 자라왔다만 요즘은 내가 봐도 참 둔하게 살아간다.
내 것 챙기기 바빴던 어린 시절. 이제는 내 손 뻗기 전에 남을 돌아보게 된다.
멋 부리기 좋아하고 특이한 옷도 좋아하는 내가 이제는 집히는 대로 입고 슬리퍼 끌고 집을 나선다.
미국 땅에서 언니 동생과 따로 사는 것은 상상도 못 했는데 이제는 혼자 모든 것을 주저 없이 한다.
나이를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도 깊어지고 성숙 해져가는 것이라 했건만
나는 생각도 그리 깊어지고 성숙해졌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니, 생각이 어떤 식으로 깊어지고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성숙일까.
지금 아무리 내가 철이 들었다 말해도
시간이 지나 돌이켜볼 땐
항시 또 다른 부끄러움이 생기고
기특함도 아쉬움도 있겠지.
내가 나로 사는 것, 그래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많고도 많지만
그 모든 것은 살아있음에 가능하다.
흔히 '죽지 못해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죽지 않아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있음에 그 모든 것을 이길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배울 수 있다.
삶 자체가 나를 만드는 것.
나답게 사는 것은
그냥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