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날 뭐해줄까?”
타지 생활 8년 차, 난 집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몇 개월 만에 엄마를 만날 설레발에 선물을 사모아 놓는다. 우리 엄마는 그 설렘을 모아 내가 오는 날 한 접시에 가득 담아 주신다.
“나는 닭똥집”
중학교 시절, 닭똥집을 처음 만났을 때 마주한 그 비릿하고 쫄깃한 식감이란. 양파 다진 마늘 청양고추 썰고 기름에 볶아 소금 한 꼬집. 볶은 깨 솔솔.
매콤-짭짤-비릿. 재료 특성의 맛과 약간의 양념이 어우러진 맛. 질겅질겅 씹을 때 입에서 풍겨 코로 넘어가는 고소한 향.
많은 한국인에게 술안주로 알려진 닭똥집은 내게 무엇보다 중한 메인디쉬이다. 집에 돌아왔음을 알려주는 귀국 음식 말이다.
외국 친구들이 집에 가면 뭐부터 하고 싶냐며 내 설레발을 부추길 때 단연 이 메인디쉬를 설명한다. 아니 설명해보려 애쓴다.
“치킨.. 샌드.. 포켓?”
찾아보니 Gizzard 랜다. 요리해 논 걸 보니 우리 집과는 다르게 빨간 양념이 많다.
내가 열심히 설명하려 한들 그 느낌을 어찌 알라나. 내가 먹은 기절드, 아니 닭똥집에는 우리만의 설렘, 그 간의 고생, 그리고 꾹꾹 눌러놓은 사무치는 그리움이 가득 풍기는데.
착륙시간이 새벽 두 시가 됐든 세시가 됐든 엄마는 항상 공항에 서있다. 문이 열리면 엄마가 한눈에 보인다. 달려와 나를 꽉 안고 내 얼굴을 몇 번이고 쓰다듬는다.
그 손끝에서 엄마의 하루가 보인다.
하루 종일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정돈한 뒤
냄비 한가득 닭똥집을 후루 후루 볶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