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하는 향기.
미시간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따뜻-쌀쌀했던 예쁜 가을 날씨가 점점 멀어져 간다.
이제 긴 파카를 입을 날이 멀지 않다.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미시간의 겨울은 한국을 떠나 두바이에서 7년간 살다 온 내게 따뜻한 봄이나 햇살 가득 담은 여름보다 더욱 신나고 멋진 날씨로 다가왔었다. 상상만으로도 겨울은 그 어느 계절보다 신나는 계절이었다.
한껏 기대에 부푼 나에게 작년, 첫 번째 겨울이 다가왔었다. 처음으로 겨울을 맞이한 나는 하얀 눈을 기다리며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재미있게 견뎌냈다.
나는 눈이 아니더라도 겨울이 좋았다. 겨울이 주는 향기가 참 좋았다.
“Winter aroma”
문을 열고 나갈 때 훅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상쾌한 아로마. 그러나 이것은 단지 '상쾌한 느낌'으로 지나치지 않는다. 내게 winter aroma 란 한국의 기억들을 새록새록 다시 알려주는 정가는 향기다.
다 기억나진 않지만,
초등학교 시절 겨울에 맡았던 내 잠바의 향기, 바깥에서 들어오는 차갑지만 깨끗했던 향기. 눈들이 뿜는 향기. 나뭇잎 하나 달려있지 않았지만 멋있었던 나무들의 향기. 한겨울의 날씨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던 나와 친구들에게서 났던 정겨운 향기!
이것들이 내가 진정 표현하고픈 winter aroma 다.
물론 미시간의 겨울이 나에게 이 모든 것을 다시, 똑같이 겪게 해 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잠시나마 이런 기억들을, 향기들을 내게 상기시켜 준다면,
그것만으로 난 오케이 땡큐다.
미시간에 평생 살았던 내 친구들도 겨울을 기다린다. (다는 아니지만) 그걸 보면 우리 모두 우리만의 기억이 살아나는 것 같다.
이번 겨울에는 어떤 기억들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모두 다 웰컴이지만,
이번에는 내가 무지 좋아했던 포장마차 아줌마의 짭짤한 어묵 국물까지 가져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