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여자, 미국 남자와의 첫 만남

까칠한 첫인상이었던 내가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은 방법

by Hannah

2008년 가을, 메릴랜드의 규모있는 한인 교회. 수요일 저녁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때 그 사람이 내 남편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무렵 미국 초등학교에서 일하게 된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수요예배, 주일예배, 새벽예배까지 빠지지 않고 다녔다. 그날은 메릴랜드를 방문한 언니와 함께 수요예배에 참석했다. 그런데 언니가 어떤 남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나는 영문도 모른 채 피곤한 얼굴로 건성 인사를 했다. 그냥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언니는 여름 시카고 코스타라는 청년 수련회에서 그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작은 친절 하나가 이어준 인연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그 인연의 실이 결국 내 인생을 바꿀 줄은.


첫인상 참사 현장

나중에 들으니 그 남자, 지금의 남편은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저 사람 굉장히 까칠하네. 같은 교회 다녀도 같은 셀만은 아니면 좋겠다.”

억울했다. 사실 나는 밤 9시만 되면 졸음이 쏟아지는 ‘밤에 지는 장미’ 같은 사람이었다. 새벽 출근에 저녁 예배까지, 늘 피곤에 찌들어 있었으니 밝은 얼굴을 할 수 없었던 거다. 까칠하다니…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해는 갔다. 그런데 운명은 묘하게도 우리를 같은 셀에 묶어버렸다.


설렁탕 한 그릇의 기적

첫 셀 모임 후, 셀 청년들과 함께 설렁탕집에 갔다. 어쩌다 보니 내 앞에 남편이 앉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국물 한 그릇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남편은 조금씩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이 누나, 까칠한 게 아니라 따뜻하고 착하네.”

그때 나는 유학생으로 직장을 기적적으로 구한 경험을 나누며 남편에게 희망을 건넸다.
“저도 백 번 넘게 인터뷰 보고 결국 직장을 구했으니, ㅇㅇㅇ씨도 할 수 있어요.”

따끈한 국물이 피로를 녹여주듯, 그 말들이 남편에게는 큰 위로와 용기가 되었다고 한다. 까칠한 첫인상은 그렇게 무너지고, 진짜 내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17년이 지난 지금

그날을 돌아보면 웃음이 나온다. 피곤해서 무표정했던 나, 까칠하다고 오해했던 남편. 첫인상이란 얼마나 무의미한지. 지금 우리는 서로를 가장 잘 아는 부부가 되었다. 그날 밤의 오해와 피곤함조차도 이제는 추억이다.

때로는 인생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메릴랜드 주 어느 교회의 수요일 밤, 설렁탕집에서의 짧은 대화가 이렇게 긴 인연으로 이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여보, 그때 내가 정말 까칠했어?”
“응, 진짜 까칠했어.”

나는 사실 자타공인 웃상이다. 늘 웃는 얼굴인데, 그날은 너무 졸려서 까칠해 보였을 뿐이다. 억울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오해마저도 결국 우리 인연의 시작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