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출판 하시겠습니까?

투고2.대형 출판사의 제안

by 유해나

자비 출판에 대한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출판이 꿈인 사람들에게 본인 돈을 들여 책을 내게 하는 방식.


물론 자비 출판 역시 하나의 선택지일 수 있지만, 만약 내가 단순히 ‘책을 내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출판사에 투고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책 쓰기가 처음인 만큼 나에게 전반적인 가이드를 줄 수 있는, 출판사와 함께하는 기획 출판을 원했고 혹시라도 자비 출판 제안이 온다면 거절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투고 메일을 보낸 지 하루 만에 긍정적인 회신을 준 모 대형 출판사에서는 ‘예약 판매’라는 방식을 제안했다.


출판사가 출간 전반을 돕고 인세도 지급하지만, 작가가 일정 부수의 판매를 보장해야 하는 형태였다.


출판사 측에서는 자비 출판과는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내 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검색을 해보니 이런 방식을 ‘반자비 출판’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민이 시작됐다. 투고 전까지만 해도 나는 ‘무조건 기획 출판’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는데,


만약 끝까지 다른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답을 받지 못한다면 이 선택지를 받아들여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 것이다.




가장 먼저, 내가 책을 내고 싶은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책 쓰기는 나의 오랜 꿈이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언젠가 책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다.


출판이 막연한 꿈에서 진지한 목표가 된 건 2020년부터였다. 하지만 너무 소중한 꿈이었기 때문인지 완전히 준비가 되면 도전하겠다고 계속 미뤄왔다. 소극적 완벽주의였다.


몇 차례 원고를 구상하기도 했지만, 마음속에서 ‘이거다’ 싶은 이야기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매년 새해 목표는 대부분 달성했는데, 유일하게 6년째 이루지 못한 것이 ‘출판’이었다.




그러다 어린 나이에 이혼이라는 폭풍을 겪었고, 이 경험만큼은 반드시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 후 1년 동안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거의 매일 글을 썼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 이야기를 가장 생생하게 쓸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지금의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기획 출판’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출판 경험’ 그 자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내가 기획 출판을 원했던 이유는, 내 글이 그만한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증명받고 싶었던 것도 있다.


출판사가 큰 비용을 들여 책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 내 글에 대한 일종의 인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이야기가 가진 생생함을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 지금이었고, 또 6년간 달성하지 못한 ‘출판’이라는 목표를 올해는 반드시 이루고 싶었다.


어차피 나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며 살 테니, 기획 출판이든 독립 출판이든 다양한 형태를 경험해 볼수록 좋았다.


게다가 모 출판사에서는 출간까지의 과정도 도와준다고 하니, 분명 배울 점이 있어 보였다.


다만 첫 책인 만큼 기획 출판이라는 정석을 통해 배우고 싶었는데,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로든 출판하는 게 우선이라고 결론 내렸다.


우선 다른 출판사들의 회신을 차분히 기다려보되 긍정적인 회신이 오지 않을 경우, 반자비 출판하는 것을 최후의 선택지로 남겨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