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저 크긴 개뿔.
자매 중 첫째. FM. 모범생. 든든. 믿음…
나를 수식하는 단어들이었다.
바쁜 부모님 사이에서 동생을 챙겨야 하는 맏딸이었고, (돌이켜보면 동생을 잘 챙기지는 않았던 거 같다)
사고뭉치 둘째 딸 대신에 속 썩이지 않는 첫째 딸이어야 했고,
뭐든 ‘잘하네‘ 라는 칭찬을 듣고 싶어 항상 평균 이상의 결과는 만들어냈던 자식이었다.
속 한번 썩이지 않았다거나 최고의 자식이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부모님은 신경 많이 안쓰게 해주고, 말 잘 듣는 자식이라는 말씀을 항상 해주셨기에
나는 내가 거저 큰 줄 알았나보다.
10시간의 진통 끝에 자연분만으로 아가를 품에 안고,
조리원 생활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며칠을 보내보고 알게 되었다.
거저 크긴 개뿔.
아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워야 하고, 그 전까지는 부모가 전적으로 대신 해줘야 한다.
먹는 법, 자는 법, 소화시키는 법, 고개 가누는 법, 뒤집기 하는 법, 걷는 법…
새삼 당연한 얘기를 하나 싶겠지만, 막상 내 눈앞에 상황이 펼쳐지니 피부로 와닿았다.
심지어 아기의 생활 패턴은 성인의 하루를 6-7번 반복.
거저 크는 사람은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가 한땀 한땀 만들어낸 거라는 것.
엄마의 하루를, 아빠의 일주일을, 부모의 한달을, 일년을 쏟고 쏟아 키워낸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