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디론가 Feb 16. 2017

5. 네 눈빛, 내 눈빛

무구한 눈빛은 사람을 사로잡는다.

홀로 하는 두 번째 여행, 제주

몇 년 전 호주 멜번에서 3박 4일이었던가 2박 3일이었던가 홀로 했던 여행 이후

혼자 하는 여행으로는 이번이 두 번째다.


나름 수없이 많은 내적 갈등을 겪고 난 후 결정한 퇴사 이후

나의 첫 행보이기도 한 제주여행-


20대 홀로하는 여행은 필수라고 했던가.

더 이상 20대 초반이 아닌 20대 중반을 달리기 시작한 내게

'더 늦기 전에 떠나자'라고 외쳤던 건 다름 아닌 나.


이번 여행의 핵심은 '힐링' '생각' '글' '독서'였다.

물론 '글'과 '독서'는 '생각'을 하게 해 '힐링'으로 향하는 길이었으니

오직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여행을 왔다고 해야 할까.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가장 먼저 펼친 책은 '이병률 작가의 <내 옆에 있는 사람>'


어떻게 첫 페이지부터 내 마음을 이렇게 사로잡을 수가 있니-

여행에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낯설고 외롭고 서툰 길에서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

그래서 더 사람다워지는 것,

그게 여행이라서.'



-

앞서 말했듯 제주 여행의 핵심 중 하나는 '생각'이었다.

나름 더 멋진, 보람찬 아니 행복한 삶을 살겠다고 결정한 퇴사였다.

졸업한 이후 불안한 마음에 약간은 쫓기듯 결정한 입사였고,

1년 동안 나름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해왔다.



결국 나름의 인정받았고, 그래서 기뻤고 뿌듯했다.

하지만 긴긴 내 인생. 

계속 이 일을 하면서 살 것이냐고 자문했을 때

선뜻 대답할 수 없었고, 그렇다면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닿았다.



그래서 두 번째 불안한 소용돌이 속으로 다시 들어갈 것을 결심했다.

그저 다니던 회사 계속 다니면 계속 안정적이었겠지-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월급, 나름 인정받고 있는 나. 


그래도 뭔가를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그렇게 퇴사를 했다.



이렇게 많은 생각들에 치이며 비행기를 탔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 속 '눈빛'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무언가에 마음을 사로잡히고 싶을 땐 마땅한 눈빛을 찾는다.
눈빛만으로 에너지를 전해 받는 일이나
곧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을 받는 일.

우리 지리한 삶은 그 눈빛 앞에서 한 걸음 진보한다.
손 닿을 수 없는 거리까지도,
손을 쓸 수 없는 복잡다단한 일의 회오리를 뚫고도 눈빛은 가닿는다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눈빛'을 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에게 '눈'은 '눈빛'은 사람에게 꽤나 중요한 존재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기능 외에

그 사람의 마음까지 볼 수 있는 것은 신체 부위 중 '눈'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문득 내 눈빛은 어떨까.

사람들이 나를 보는 내 눈빛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나는 사람들의 눈을 얼마나 진실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내가 영감을 받을 수 있고,

어떤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눈빛은 누구의 눈빛이었던가 하는 생각까지-




3박 4일,

혼자 하기에 짧다면 짧고 길면 긴 여행이다.


귀에는 철썩철썩 파도 소리를 담고

눈에는 파아란 맑은 하늘과 바다 색을 담아


누구보다 깨끗한 눈으로-

누구보다 열정 가득한 눈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볼 준비를 하고 돌아가야겠다.

내 삶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6. 어차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