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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Dec 03. 2015

야생 고양이 #43 <페루> 마추픽추

남아메리카 표류기 :: 배낭여행

페루 Peru

페루 남쪽에 위치한 푸노 Puno에 도착한다. 칠레 사람 하비에라와 우연히 이야기를 하게 된다. 드래드락 머리, 여러 패턴의 수공예 팔찌 모음, 침낭과 텐트 몇몇 살림살이가 든 커다란 가방이 그녀의 장기여행의 상징물이다. 그녀와 짧은 대화를 이어가며 푸노 산책을 한다. 시장에 가서 그녀가 무슨 말만 하면(선처를 베풀어달라는 말인  듯하다) 상인들은 좀 못생긴 과일이나 야채를 그녀에게 건네고, 그녀는 그런 공짜 채소를 꽤 많이 받아와 배를 채운다.


자유를 찾아 여행을 떠난 그녀는 5월이 지나 스무 살이다. 저녁에 푸노 중앙 광장에 앉아 함께 바쁜 일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녀의 짐을 보니 그녀가 어느 곳에서 자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곧이 어 그녀는 경찰에게 다가가서 하룻밤 잘 곳을 묻는다. 공공 건물 사이에 그저 작은 공간 하나를 하룻밤 빌리고 싶다고 요청하면 친절한 사람들이 그녀에게 공간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하기에 언어 장벽이 높다.- 그녀는 다음 날 친구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모든 불편하고 알수없는 것이 반복되는 일상에도 불구하고 여행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페루의 첫날밤을 보낸다.


그녀는 왜 여행을 떠난 걸까. 무엇이 집을 떠나게 만들고 불안정한 하루 하루를 감당하며 살아가게 하는 걸까. 그녀와 내가 말하는 ‘자유’라는 친구는 어떻게 생겨먹었나.


 ‘Do you trust yourself?’ 너는 너 자신을 믿어?



마추픽추 전초전: 쿠스코Cusco

전설의 마추픽추를 보려고 남미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곳, 쿠스코에 도착한다. 버스 터미널을 지나 큰 대로변으로 나가면 커다란 잉카를 상징하는 동상이 그곳에 서 있다. 구석 구석마다 잉카에 관련된 이미지로 가득하다. 잉카의 땅 쿠스코. 역사가 묻어 있는 동네 구석 구석을 걸어 다니며 무언가 머리를 한대 칠 ‘진짜’를 찾아 헤맨다.


마추픽추를 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게 제일 빠르고 비싼 방법이다. 고속도로를 깔아주면 참 좋을 텐데 그 길은 잉카 트레인기차를 통해서만 편리하게 갈 수 있다.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시장 독점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다른 방법은 산을 돌고 돌아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고 거기서 다시 2시간 정도 걸어야 하는 코스이다. 또 투어에 참여해 잉카의 유적을 보며 걸어가다 마지막에 마추픽추에 도착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가는 길이 쉽지 않음은 확실하다.


마추픽추Machu Picchu

버스를 타고 그곳에 간다.

산타 마리아 SantaMaria

->산타 테레사 SantaTeressa

->아구아 깔리엔떼 Agua Caliente(마추픽추 인근 마을)


아침부터 출발해서 중간에 여행자들과 얘기를 해서 택시를 공유하고 내리면 기차 길 따라 정글을 걷는다. 길 위에서 아이든과 벨렌을 만난다. 깡 마른 체형, 30대 후반의 벨렌Belen은 스페인에서 심리 상담가로 일하고 있는데 수더분한 스타일,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홀로 씩씩하게 탐험을 다닌다. 반짝이는 눈으로 정글의 에너지를 깊이 들이쉬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순간 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에 여념이 없다. 길을 가다 바라보고 또 자연의 아름다움에 끊임없이 경탄하며 걷는다. 그녀는 소녀 같은 감수성을 가지고 그 모든 에너지를 즐긴다. 싯푸른 아열대지역 생명체들이 들끓는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마음속 복잡한 생각을 내려두고 자신을 치유하고 자연과 교감하기에 힘쓴다. 이동을 위해 가방엔 쟁여둔 식량이 가득하고, 식사시간엔 현지인 시장에 가서 한 그릇 푸짐하게 먹으면 그만이다. 겁 많은 그녀는 그래도 끊임없이 불안정에 도전한다. 누구에서든 무엇에서든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살아가는 것이 늘 흥얼거림의 연속이다.


마추픽추를 찾아 가는 우리의 여정 자체가 이미 아름답다. 해가 저물 무렵 마추픽추를 오르기 전 거쳐가는 마지막 마을 아구아 깔리엔떼에 도착한다. 가장 가까운 마을이라는데 왜 마추픽추를 상상할 만한 단서가 전혀 보이지 않는 거지? 산을  돌아왔지만 어디쯤에 마추픽추가 있는 지 감이 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추픽추는 저 높이 산 위에 가려져 있는 비밀스러운 곳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결전의 날과 같다. 아구아 깔리엔떼에서 잠을 청하고 일어나 새벽부터 산을 오른다. 새벽 6시에 열 잉카의 마지막 요새 마추픽추의 문을 볼 것이다. 등반은 1시간여 가량 걸리기 때문에 아침 4시 30분부터 나가야 한다. 캄캄한 새벽녘부터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든다. 그리고 관건은 날씨이다. 해발 1800m부터 마추픽추 2400m까지 1시간 동안 가파른 계단 등반이 시작된다. 새벽이어서 약간은 쌀쌀한데, 모두들 머리에 전등을 켜고 앞사람을 따라서 가쁜 숨을 몰아가며 오른다.


조용한 산에 수 많은 젊은이들이 잉카의 신비로움을 향해 행진한다. 어느 지점이 되면서부터 땀은 수직으로 뚝뚝 떨어지고 힘겨운 자신과의 사투 끝에 동이 트기 시작한다. 그 무렵 도착해 입구에서 줄을 선다. 먼 길을 돌아 남미의 상징이라고까지 불리는 마추픽추를 찾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아침 6시 입구가 열린다.



마추픽추는 눈부시다. 조밀하게 직조된 유적은 주위의 자연과 멋지게 어우러진다. 자연에서 얻어 만들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간 유적. TV에서 닳고 닳도록 보아온 곳이어서 뻔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유적 자체가 뿜어내는 신비로운 자태에 모두가 고요해진다. 해가 뜰 무렵엔 더욱 그러하다. 특유의 와이나 픽추의 자태, 주위에 기이한 형태의 산들은 이 터의 신비로움을 말해주고 있다.


지붕은 남지 않은 마추픽추의 동네 집 풍경들, 이 높은 산에서 잉카 사람들은 무엇을 기도 했을까. 왕과 죄수, 평민이 살던 비교적 좁은 곳. 벨른과 나는 마추픽추 마운틴을 하나 더 올랐는데, 3100m 높이에 올라서서 마추픽추를 바라볼 수 있다. 마추픽추를 중심으로 산과 시냇물이 장관을 이룬다. 우리가 이틀간 걸어 올라온 세계가 한 눈에 보이면서 정교한 마추픽추는 작고 정교한 레고 성처럼 그 가운데에서 하나의 완벽한 이미지로 드러난다. 벨른과 그날 오후 4시 마추픽추가 닫을 때 즈음까지 그곳의 에너지를 살폈다. 그리고 석양이 질 때 그녀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마추픽추에 언젠가 또다시 올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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