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14
며칠 전 시트지 시공하러 회사에 윤대표님이 오셨다. 대표님이 시트지 컷팅을 하다 말고 나에게 말했다.
“내가 이 업계에 뛰어들게 된게 뭐 때문인지 알어? 이것 때문이야. 시트지 바르는 거.”
나는 여기서 일하기 전까진 시트지가 뭔지도 몰랐던 사람이라 그 말이 그렇게 임팩트가 있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그 말을 하는 대표님의 눈을 쳐다보고 나서는 꽤 놀랐다. 대표님의 눈빛은 교수님들이 몇몇 학자를 얘기할 때와 비슷했다. 엄마가 새로운 빵의 레시피를 봤을 때하고도 비슷했다. 눈이 엄청 반짝반짝 빛났다. 그 눈빛 때문에 한순간 시트지에 관심이 갔다.
“붙였다 떼면 글자만 이렇게 남는 게 너무 재밌는 거야. 여기 홀려서 이 업계에 발을 들였지. 그래서 지금 이모양 이꼴이지만.”
세상에 시트지가 재밌어서 일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구나. 커피나 책이나 언어나 디자인이나 광고나 영상이나 뭐 그런 것만 재밌는 분야인 줄 알았는데, 이런 매력에 홀리는 사람도 있구나. 다들 재밌는 게 각자 있구나. 내 속마음을 알아채셨는지 대표님은 시트 시공을 배워보겠냐고 했고 나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나는 늘 뭐든지 되는대로 다 배우고 싶은 사람이기도 해서 그렇게 물어봐주신 게 고마웠다. 짧은 강습이 끝나고 마지막 유리 시공은 내가 했다.
“야, 잘한다. 너는 시키면 뭐든 잘 하겠다.”
칭찬을 받았지만 그것보다 누군가가 그렇게 반짝이는 눈빛으로 인생을 바치게 한 어떤 것을 나도 직접 경험했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대표님만큼은 아니지만 글자가 하나씩 나타날 때의 쾌감이 꽤 괜찮았다. 이렇게 한발짝 더 경험치를 키웠다. 배우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