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은 한옥이 가진 매우 특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옥의 구조적 특징 덕분에 가능한 공간이다. 예전에는 나무로 난방을 하던 시절, 부엌은 방보다 낮은 곳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발생하는 높이차를 이용해 부엌 위쪽에 다락을 설치하곤 했다. 경사 지붕이라는 특징 역시 다락이 가능하게 한 구조적 조건이다. 한옥은 가구식 구조에다 기둥 중심으로 집이 세워진다. 기둥 높이를 조절하면 자연스럽게 위쪽에 작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른바 공간의 수직적 분할을 통해 생겨난 공간이 다락이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다락은 매우 흥미로운 공간이다. 이른바 피신과 조망이 동시에 가능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락은 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에게는 성장 시기 폭발적인 육체적 에너지를 소화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게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히 침잠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락은 타인의 시선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는 자리다. 몸은 숨기되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 그래서 다락은 집 안에 있으면서도 약간 떨어져 있는, 독특한 거리감을 만들어낸다.
다락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은 아니다. 대신 필요할 때 찾아가는 공간이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달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생활용구를 보관하는 수장고로서의 역할이 컸다. 사계절을 살아야 하는 우리의 생활환경에서는 계절마다 사용하는 물건이 달랐다. 계절이 바뀌면 지난 계절의 짐들을 치워야 했는데, 다락은 이를 위한 안성맞춤의 공간이었다. 사적인 중요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어떤 집에서는 현대의 금고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쓸모가 다양한 공간이었다.
오늘날 현대식 한옥이나 퓨전 한옥 인테리어에서 다락은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 공간’으로 다시 해석되고 있다. 현대적인 평천장 대신 서까래가 드러난 낮은 천장의 다락을 서재로 꾸며 아늑한 독서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작은 창을 내어 햇빛이 스며드는 다락은 생각보다 깊은 집중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현대식 한옥 구조에 복층 개념을 더해 아래는 수납공간으로, 위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다락은 여전히 특별하다. 완전히 숨지도, 완전히 드러나지도 않는 자리. 그래서 다락은 지금도 여전히
피신과 조망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