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관하여_01
끊임없이 나를 살리는 다정을 말하고 싶다.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창작을 한다.
그림과 글은 내가 세상에 말을 걸고,
다시 답변을 듣는 통로이다.
그리고 나는 작품을 통해서,
끊임없이 나를 살리는 다정함을 말하고 싶다.
다정함은 관찰력과 용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관찰력은 애정에서 비롯된다.
애정의 대상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친구, 가족, 자연, 길고양이, 인류, 창작, 세계```.
날씨가 따뜻해지자,
사람들이 설레는 표정을 하고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길가에 북적였다.
봄이 사람들을 통해 보였다.
꼭 볕을 쬐러 나온 길고양이 같아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머물 곳 없이 떠돌며,
생존을 위해 매 순간 고군분투해야 하는
길가의 생명들을 생각하며 마음 졸인다.
좁은 골목에 시선이 머물고,
늘 보이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서늘해진다.
사랑하게 된 만큼,
마음이 쪼개질 것 같은 슬픔을 느낀다.
지워진 여성들의 목소리를 계속 마주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신화와 설화, 동화, 역사,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계속해서 발견한다.
지워진 목소리를 보며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 목소리를 다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때 안도하고, 감사하고, 기뻐한다.
왜 그림을 그리냐고 물으면,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사랑해서,
그리고 그 세계와 나누고 싶은 대화가 많아서이다.
무엇을 그리냐고 물으면,
삶을 사랑하는 마음과, 공생, 여성들의 목소리,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살리는 다정함과 선의를 그린다.
창작을 하는 이유와, 내가 무엇을 그리는지,
이제는 명확하게 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나무는 계절을 기민하게 감지하고,
제 모습을 바지런이 바꾼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가지와, 땅을 향해 단단히 자리매김한 뿌리가 꼭 우리 몸속의 신경다발 같다. 예민한 감각을 가진 나와 나무는,
어쩌면 닮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따금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이 버겁다.
나를 둘러싼 세계의 미세하고도 큰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감지하며,
나는 크게 기뻐하고 또 크게 아파했다.
마음과 몸이 많이 아팠던 시절에는,
우주의 진리를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명확한 이치.
수많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삶의 의미를 도저히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극히 논리적으로 의아했다.
태어나기를 선택하지 않은 존재들이,
어찌하여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질문을 수없이 던졌다.
그리고 나는 나만의 답을 찾았다.
너무도 따뜻한 다정함을 통해서.
칠흑같이 어둡고 공허한 시간.
그 시간 속을 맴도는 나를 위해,
내 친구 향이는 먼바다를 건너와,
작은 조명을 선물했다.
내가 줄곧 가고 싶다고 말했던 공연을,
함께 보러 가자고 했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향이에게
정말 소중하다고 말해줬다.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을 싫어하는 나에게,
이 겨울을 무사히 나고,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여름을 맞이하자고 했다.
필명 김(金)하녹은,
여름날 푸르게 우거진 녹음 사이로 스며드는
금빛의 햇살을 의미한다.
달칵. 향이가 선물해 준 조명의 버튼을 눌렀다.
따뜻한 온기가 마음을 밝히고,
공허를 의미로 가득 채웠다.
불빛에서 바다향이 났다.
방을 채우는 작은 조명은,
태양처럼 강한 빛을 발했다.
영혼을 살리는 힘에 대해 생각했다.
마음을 살리는 마음을 믿게 되었다.
절망을 이기는 사랑과 희망,
공포를 이겨내는 유머.
순식간에 어둠을 쓸어버리는 파도와 같은 다정.
그리하여 나는 다시 그리고 쓰기 시작했다.
창작은 향이의 다정과 같은 조명을 보내는 일.
작품을 통해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온기를 건네는 일.
우리 이 짧고도 긴 삶을,
함께 사랑하며 힘껏 살아가자고,
당신과 나와 향이를, 작고 순수한 생명들을,
자매들의 결속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살아가는 동안 온 마음을 다해 그리고 써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