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iver Feb 11. 2020

[김한강의 허영] 이솝향이 났다. 너도 같은 동족이구나

타인에게서 이 향을 맡으면 동족을 찾은 기쁨을 느낀다

좋아. 계획대로 되고 있다. 사람들이 [김한강의 허영]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만나는 친구들은 다음번 글에 대해 물어오고, 쓰면 좋을 아이템을 추천해준다. 그래서 계속 쓴다. 이번에는 향수다.


자취만 5년이 넘어가는 남자는 냄새에 예민하다. 불교신자여서 누구보다 잘 안다. 사람 기름 냄새로 가득 찬 쾌쾌한 냄새. 그래서 주기적으로 향초도 사고, 디퓨저 액상도 산다. 패브릭 퍼퓸도 있다. 제품들도 용도에 맞게 다양하게 쓰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노하우가 싸인 제품이 바로 향수. 그래서 내가 쓰는 제품은 이솝. 타인에게서 이 향을 맡으면 동족을 찾은 기쁨을 느낀다.



이솝 향수 라인은 총 3가지다. 나는 이 모두를 가지고 있다. Hwyl 휠. 가장 최근에 출시된 향이다. 우디향이 특징이다. 이솝 향수의 특징을 들라면 난 두말할 것 없이 공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무게감 있는 뚜껑이 둔탁하게 닫힐 때면 정해지지 않아 갈팡질팡하고 있는 심장 박동이 멎는 기분이다. 이솝 향수 뚜껑을 잡아본 사람만이 아는 사실이다. 가을, 겨울 코트 위에 뿌리기 좋고. 여름에는 귓바퀴 아래 때리듯 뿌려주면 좋다. 향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감각으로 변한다. 무직하고, 우디 하다.



역순으로 소개한다. 두 번째로 출시된 향 테싯이다. Hwyl가 궁합이 좋다. 레이어드에서 사용하면 뜻밖의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나는 그랬다. 유자향을 베이스로 한 스트러스 계열 향수. 다른 시트러스 향과는 다르게 무게감이 있다. 엄마가 사준 20살 생일 선물이 이 테싯이었다. 말하지 않았나 내 허영의 8할은 엄마 때문이라고.



이솝에서 가장 처음 나온 향수다. 오리엔탈 느낌이 나는 묘한 향이다. 이름도 독특하게 마라케시다. 실제로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통요리에 사용되는 향신료와 아로마, 모로코의 시장에서 착안해낸 냄새. 롤 형태의 향수로도 있다. 지속력은 롤 형태의 향수가 더 좋다. 가격대도 적당하다. 마라케시는 10만 원 대. 나머지 두 제품은 14만 원 대.

작가의 이전글 [김한강의 허영] 아이구, 사랑도 허영심 때문이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