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치르는 의식
주말이면 유성호텔로 향했다. 호텔 2층에 위치한 유성온천 사우나 때문이다. 외동아들을 둔 부부의 스케줄은 이렇다. 사우나를 끝낸 후 복지리를 먹는다. 그리고 시내에 위치한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향한다. 주말마다 치르는 의식 같은 것이다. 씻지 않은 몸에 단정히 차려입은 옷. 찝찝하지만 상관없다. 온천 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상관없을 일이다.
유성호텔은 대전 유성구에 1915년에 지어진 4성급 호텔이다. 조선 태조, 태종이 이곳에서 자주 온천욕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 곳이다. 유성호텔에는 총 2곳의 사우나가 있다. 1층에 위치한 거대한 크기의 대중목욕탕, 2층에 위치한 아주 작은 프라이빗 사우나. 우리 가족은 꼭 2층 사우나를 갔다. 그게 내 불만이었다. 어린아이에게는 놀이터 같이 커다랗고 사람도 많은 대중목욕탕이 훨씬 좋게만 보였다.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도 하나는 알고 있었다. 대중목욕탕은 5천 원. 욕탕이 세 종류뿐인 2층 작은 사우나는 2만 원이 넘는다는 걸. 어린아이에게 또래도 없는 작은 사우나가 만족스러울 리 없었지만 목욕이 끝나고 마시던 생과일 바나나 주스면 상관없었다. 그게 1만 2천 원짜리였다는 걸 몰랐었지만.
그런 의식이 10년이 넘어가는 동안 아이도 세상 돌아가는 걸 알게 됐다. 1만 2천 원짜리 바나나 우유가 아주 많이 비싸다는 것. 1층의 대중목욕탕과 2층의 사우나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옷과 시계가 다르다는 것. 2층 사우나에는 의복을 차려입은 웨이터가 넷이나 상주해 있다는 것이 흔하지 않다는 것.
매일 글을 쓰는 누나가 말했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이 정말 좋았어. 영화에서 구체적인 부의 향기가 났어" 부가 주는 평안함과 안락함이 있다. 회상해보자면 정말 고요한 평화로움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 허영심은 그 고요한 평화로움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김한강의 허영] 열여덟 번째 글입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imyoill 입니다. 타 매체 기고 문의는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hanriverb@gmail.com으로 섭외 메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