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ust go on

BCN-Queen concert

by 한량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따라 오르내린다. 석양이 내리기 시작한 도시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한다. 이윽고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올림픽 스타디움. 철창 안으로 들여다보니 좌석들이 빼곡하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사람들이 밀려드는 모습도 보인다. Palau Sant Jordi. 퀸의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다.


여행을 얼마 앞둔 어느날. 우리 바르셀로나에서 퀸 콘서트 갈래? 달이 물어왔을 때, 나는 어리둥절했다. 살아있어? 아마도 이 말을 제일 먼저 했을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해 아담 램버트가 보컬로 오른다 했다. 그게 누군데, 물으니 달은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리스본에서 시작한 유럽 투어가 마드리드를 거쳐 바르셀로나에도 온다고. 그것도 우리가 머무는 기간에. 좋아, 가자 가자. 세상에, 바르셀로나와 퀸의 조합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은혜 받아도 돼? 무신론자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간증이랄까.


그래서 복습을 빌미로 다시금 퀸을 듣는다. 아무래도 가장 좋은 것은 운전하며 들을 때였다. 내키는 대로 볼륨을 올리고, 클러치 위의 발을 박자에 맞춰 까닥인다. 핸들 위의 손도 마찬가지. 너무 흥에 겨울 땐, 박수가 절로 나오기도 했다. 북악산과 북한산 사잇길. 그 길을 퀸과 함께 질주한다. 이리저리 비트는 커브, 지나칠만 하면 등장하는 오르막과 내리막. 재빨리 기어를 바꾸며 엑셀을 밟는 맛. 그 길은 퀸과 잘 어울렸다. 나는 소리 높여 노래를 따라불렀다. 노래에 알맞는 퍼포먼스까지 곁들여 가며. 누가 보면 내가 무대에 오르는 줄 알았을 것이다.

적당히 고픈 배는 맥주 한 잔과 핫도그로 달랜다. 공연장 사방에 늘어선 줄. 우리도 거기에 합류한다. 티켓과 가방 검사를 겸하는 줄, 앞에 선 커플은 자신들의 기념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한다. 우노 도스 뜨레스, 외치며 몇 장을 찍어주니 우리보고도 공연장을 배경으로 서보라 한다. 만국 공통의 호혜. 사진 속 우리의 얼굴은 적잖이 상기되어 있다. 두근두근.

자리를 찾은 뒤, 나는 재빨리 매점으로 달려갔다. 여러 사이즈의 컵중에 가장 큰 컵을 고른다. 잔이라기 보다 화분에 가까운 크기다. 맥주 두 컵을 받아든 나는 진중한 사람이 된다. 행여 소중한 맥주를 흘리기라도 할까 저어되서다. 결국 서너걸음에 한번씩 멈춰 입을 가져다댄다. 누가 봐도 대단한 정키. 그런 진지한 얼굴을 하고, 게걸음으로 조심스레 다시 자리를 찾는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눈 앞의 풍경이 믿어지지 않는다.


캄캄한 어둠 속 조명이 빛을 발한다. 웅성이는 인파. 무대 위로 흘러나오는 포그. 공연 시작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간, 갑자기 진행 요원이 우리 섹션 앞에 선다. 그러곤 까딸란으로 뭐라 뭐라 말하기 시작한다. 눈치를 보아 하니 사람들은 엉거주춤 일어나 가방을 챙기는 분위기다. 아, 아래 좌석으로 가라는 소리구나. 공연 좀 다녀본 짬으로 우리는 재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을 찾아 뛴다. 물론 출렁이는 맥주컵은 소중히 안고서.


그래서 엉겁결에 우린 예매한 것보다 더 비싼 좌석에 앉게 되었다. 이 무슨 횡재냐, 신이 나서 건배를 하는데 눈 아래 낯익은 얼굴 아니 낯익은 등판이 보인다. 아까 몬주익 케이블카에서 만난 가족들이다. 꼬마들까지 퀸 티셔츠를 갖춰입은 그 가족. 여기서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이야. 여러모로 들뜬 우리는 어깨를 부딪치며 낄낄거린다. 이윽고 조명이 꺼지고, 함성 속에서 퀸이 등장한다. 퀸. 정말이지 퀸이다.

이후의 시간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절대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공연. 일어나 펄쩍펄쩍 뛰고, 팔을 휘두르며 따라부르는 시간들. 그 어떤 노동 쟁의보다 숭고하며, 부흥회보다 은혜로운 셋리스트. 은발의 브라이언과 로저. 그리고 프레디만큼 갖은 재간을 보여준 아담. 사이사이 몇 번 맥주를 사러 달려나갔다. 취기에 힘 입은 흥은 명백한 코리안 스타일이었다. 자꾸만 덩실덩실 터져나오는 춤사위는 국적을 숨길 수 없다. 목이 쉬도록 따라부르는 노래. 우리는 우리의 처음,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은 모양이다. 귀에 가깝도록 울리는 베이스, 예리한 선율의 기타, 마음으로 저벅저벅 밀고 들어오는 드럼. 화려한 기승전결의 멜로디. 가슴이 벅차 얼싸안지 않을 수 없다. 술을 아니 마실 수 없다. 울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건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다. 모두가 일어나 한마음으로 열창을 한다. 퀸의 노래엔 그런 게 있다. 언어, 시대, 문화 너머의 울림. 한번 태어난 인생, 이렇게 살아봐야 한다는 외침이 있다. 지극히 작고 작은 소시민으로서 나도 같이 외쳤다. 한번 태어난 인생, 이렇게 퀸의 라이브를 들어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앵콜을 마치고나니 여한이 없다. 정말이지 그렇다. 별 하나, 별 둘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여기 셋리스트를 옮겨둔다. 출처는 이곳.

Tear It Up, Seven Seas of Rhye, Tie Your Mother Down, Play the Game, Fat Bottomed Girls, Killer Queen, Don't Stop Me Now, Bicycle Race, I'm in Love With My Car, Another One Bites the Dust, Lucy, I Want It All, Concierto de Aranjuez, Love of My Life, Somebody to Love,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Under Pressure, I Want to Break Free, You Take My Breath Away, Who Wants to Live Forever, Last Horizon, The Show Must Go On, Radio Ga Ga, Bohemian Rhapsody, Day-Oh,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 God Save the Qu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