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전문가들이 부추긴 ‘빚도 자산이다’라는 말의 함

빚에서 빛으로: 부채 공화국을 건너는 삶의 경제학

by 피터

‘빚도 자산이다’라는 위험한 신화


2020년 이후 한국 사회를 휩쓴 ‘영끌’ 열풍의 기저에는 “빚도 자산이다”라는 말이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한마디는 빚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빚은 더 이상 피해야 할 ‘부담’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자본’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위험한 신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퍼뜨린 주체는 다름 아닌 언론과 소위 ‘전문가’들이었습니다.


이 연재는 언론과 전문가들이 어떻게 ‘빚도 자산이다’라는 달콤한 말로 국민들을 빚의 굴레로 내몰았는지, 그리고 이 말이 담고 있는 치명적인 함정은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언론의 역할: ‘성공 서사’로 포장된 빚의 유혹


언론은 빚을 통해 성공을 거둔 소수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빚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간과했습니다.


① ‘부동산 불패 신화’의 재생산

언론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마다 ‘영끌’로 집을 산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를 대서특필했습니다. "2030 영끌족, 빚내서 10억 아파트 샀더니 2년 만에 5억 폭등"과 같은 기사는 독자들에게 '나도 지금 빚을 내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러한 보도는 부동산 투자를 부를 축적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제시하며, 빚에 대한 사회적 허들을 낮추는 데 일조했습니다.



② ‘실패’의 외면과 책임 전가

반면, 빚투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고 파산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실패는 ‘개인의 탐욕’이나 ‘잘못된 투자 판단’으로 치부되며,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되지 못했습니다. 언론은 성공 사례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빚의 미화에 기여하지만, 실패 사례는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두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역할: 빚을 ‘성공 공식’으로 둔갑시키다


대중은 복잡한 금융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빚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고, 오히려 빚을 내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권장했습니다.


① '레버리지'라는 마법의 단어

전문가들은 '빚도 자산이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레버리지(Leverage)'라는 개념을 활용했습니다. 레버리지는 적은 자기자본으로 큰 자본을 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자 기법입니다. 전문가들은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레버리지를 활용했다”고 강조하며, 빚을 내는 행위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쌓는 공식’처럼 둔갑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시장 하락 시 레버리지가 손실을 배가시키는 양날의 검이라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습니다.


② ‘금융문맹’ 프레임과 ‘빚의 합리화’

일부 전문가들은 빚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금융문맹'으로 규정하며, 빚을 내지 않는 행위를 시대에 뒤처지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이러한 프레임은 사람들로 하여금 빚을 내는 행위를 합리화하고, 빚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행태는 금융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기보다는, 자본시장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데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빚의 환상에서 벗어나기


언론과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빚도 자산이다’라는 신화는 우리 사회에 막대한 빚을 남겼습니다. 빚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무거운 책임입니다. 빚은 이자를 낳고, 이자는 또 다른 빚을 낳아 결국 개인을 파산의 문턱으로 내몰 수 있는 위험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빚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오직 ‘성공의 사다리’로만 포장하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메시지에 휘둘리지 않고, 빚의 구조적 위험성을 직시해야 합니다. 빚을 진정한 의미에서 ‘빛’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빚의 환상에서 벗어나 빚이 가진 위험성과 책임을 온전히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로써 2부 ‘금융자본주의와 부채 발전모델’을 마무리합니다. 다음 3부 ‘빚의 얼굴들’에서는 부채가 개인의 삶과 관계,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조명해 보겠습니다.



참고문헌

한국금융연구원. (2024).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최근 특성 및 시사점.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2024).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 특성 및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금융감독원. (2024). 2023년 금융권 가계부채 동향 및 건전성 관리 방안 보고서.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2024). 2024년 2분기 가계신용 동향. 한국은행.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6화금융문맹인가 책임회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