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서 빛으로: 부채 공화국을 건너는 삶의 경제학
20대에게 대출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대학 등록금을 위한 학자금 대출, 취업을 위한 어학연수 대출, 그리고 독립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까지, 빚은 그들의 삶에 깊숙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마치 빚이 어른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통과의례처럼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빚은 청년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미래를 향한 꿈을 좌절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빚의 가장 첨예한 지점인 청년 세대의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개인의 경험에 초점을 맞춰, 빚이 어떻게 청년의 삶을 규정하고, 그들의 첫 사회생활을 빚으로 시작하게 만들었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조명하겠습니다.
빚의 시작, ‘학력 자산’의 대가
"대학을 졸업하려면 빚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도 다 장학재단 대출을 이용했으니까요. 그런데 졸업하고 취업이 안 되니까, 그 빚이 제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어요. 빚 독촉 전화가 올 때마다 제 자신이 실패한 것 같았어요.”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년 고등교육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4년제 일반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약 679만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생활비와 취업 준비 비용까지 더하면, 대학 4년 동안 수천만 원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학자금 대출은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한국장학재단의 2023년 학자금 대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학자금 대출 이용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총 대출 잔액은 약 12조 7천억 원에 달합니다.
청년들은 빚을 통해 '스펙'을 쌓고 '학력 자산'을 얻는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졸업 후 불안정한 고용 시장에 진입하면, 이 빚은 곧 상환의 압박으로 돌아옵니다. 그 결과, 청년들은 빚을 갚기 위해 높은 연봉의 직장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자신의 적성이나 꿈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주거 불안과 ‘빚’의 연쇄
“서울에서 자취를 하려면 대출 없이 불가능해요. 전세금은 몇 년 만에 몇 억씩 뛰는데, 월급은 그대로잖아요. 그래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 빚도 이자가 만만치 않네요. 학자금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을 동시에 갚으려니 월급의 절반이 빚 갚는 데 들어가요.”
대학 졸업 후에도 청년들은 주거 불안정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합니다. 특히 수도권의 치솟는 집값은 전세와 월세를 가리지 않고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2023년 주택금융 및 주택소비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0대와 30대의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30세대의 전세대출 잔액은 2018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을 갚기도 전에 또 다른 빚을 짊어지게 됩니다.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은 청년들의 재정적 독립을 가로막고, 이들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만듭니다.
빚의 굴레를 넘어, ‘존엄’을 회복하는 길
청년들의 빚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불평등한 교육 환경, 불안정한 노동 시장, 그리고 주거 불안이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의 결과입니다. 빚이 청년들에게 '사회적 성인식'처럼 강요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병폐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청년들이 빚 없이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미래 세대의 경제적 존엄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빚을 ‘성공의 도구’로 미화하는 대신, 빚이 청년의 삶에 어떤 고통을 주는지 직시하는 것이 부채 공화국을 넘어설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다음 회에서는 '가계파산의 문턱에서'라는 주제로, 파산 직전에 놓인 사람들의 현실과, 이들을 위한 회생 제도가 어떤 허점을 가지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탐구해 보겠습니다.
참고문헌
한국교육개발원. (2023). 2023 고등교육통계 분석 보고서. 한국교육개발원.
한국장학재단. (2023). 2022년 학자금 대출 현황 및 이용자 실태 조사. 한국장학재단.
한국주택금융공사. (2023). 2023년 주택금융 및 주택소비자 실태조사 보고서. 한국주택금융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