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폐적 삶의 가능성 : 공동체와 커먼즈 경제
“과연 우리는 돈 없이도 살 수 있을까요?”
물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15년간 재정 상담을 하며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 풍요로운 삶을 찾고자 했던 이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한 경쟁에서 벗어나, 관계와 시간,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돈이 없는 삶이 아닌, ‘돈에 덜 의존하는 삶’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돈에 덜 의존하는 삶의 핵심은 바로 ‘커뮤니티’와 ‘커먼즈(Commons) 경제’에 있습니다. 커먼즈는 공통의 자원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런 작은 공동체 경제가 우리 삶의 불안을 줄이고, 돈이 주지 못하는 안정감을 선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한 젊은 부부가 도시의 팍팍한 삶에 지쳐 지방으로 내려가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사례를 접했습니다. 그들은 각자 가진 재능을 나누고 서로 필요한 것을 교환하며 살았습니다. 한 명은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 채소를 나누고, 다른 한 명은 그 채소로 요리를 만들어 함께 먹었습니다. 누군가는 아이를 돌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집을 수리했습니다. 이들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던 도시의 삶과 달리, 관계와 신뢰라는 비화폐적 자본으로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커먼즈 경제는 이러한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지역 화폐, 재능 교환, 커뮤니티 정원, 공유 부엌, 공구 도서관 등은 모두 커먼즈 경제의 일환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돈을 통해 얻는 소비의 만족을 넘어, ‘함께 살아간다’는 연대감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불안은 서로에게 의존하고 나누는 공동체 안에서 희미해집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비화폐적 삶의 가능성이 모든 문제의 해답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재정 상담가로 일하고 있기에, 돈이 가진 힘과 현실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규모의 한계: 커먼즈 경제는 소규모 공동체에서 효과적이지만, 거대한 현대 사회 전체를 비화폐적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세금, 공공 서비스, 국제 무역 등 돈이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의 종속성: 아무리 돈에 덜 의존하는 삶을 선택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돈이 지배하는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 살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 금리 인상과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의 잔존: 돈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비교와 경쟁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비화폐적 삶을 선택하더라도 또 다른 형태의 불안(예: 공동체 내에서의 인정 욕구)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돈 없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돈의 절대적인 힘을 약화시키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돈을 삶의 주인이 아닌, 그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돈 없이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사실 우리가 돈으로 채우려 했던 공허함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되묻는 것입니다. 돈이 없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의 가치들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재테크의 출발점입니다.
이제 우리는 돈이 아닌 삶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돈을 맹목적으로 좇는 대신, 나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들을 찾아 그것을 중심으로 경제생활을 재편해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철학적 논의를 더 깊이 파고들어, ‘부자란 누구인가 : 부의 네 가지 정의’라는 주제로 진정한 부의 의미를 함께 탐색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