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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금 Aug 27. 2018

버티는 것이라 배웠다

버티는 것에 대해서

버텨도 1등, 못 버텨도 1등

버틴다. 하루를 버틴다. 어떤 이는 직장에서 어떤 이는 학교에서 어떤 이는 가정에서 버틴다.

버틴다는 건 무겁다는 뜻이다. 그 누구도 나의 마음이라는 공간에 들어오지 못한다. 잘 버티고 있는 이의 어깨는 매우 무겁다.

작품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 바닥에서 엉덩이를 뗄 수 없다. 그만큼 엄청난 시간과 공, 아이디어, 노동력이 든다. 그런데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밥은 먹고사니?", "디자인이 뭐 그리 비싸요?", "공짜로 그림 그려줘" 등등 무례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도 사람이기에 주변 사람들의 말 때문에 한두 번 정도가 아니라 수천번씩 흔들릴 때가 많았다. 과연 내가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아예 틀린 것인지, 빨리 포기를 해야 되는지 많은 갈등 속에서도 여전히 난 그림을 그린다.



프리랜서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면서 나는 단 한 번도 잘난적이 없었다. 그 어떠한 곳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본 적이 없다. 의뢰를 했던 외주업체에서 아무런 통보도 없이 약속을 파기하는 등 뒤통수를 맞기에 매우 바빴다. 상실감에 밤잠을 못 이루는 건 기본, 속상한 마음에 펜을 놓다가도 이내 펜을 잡는다. 속상해도 다시 그림을 그린다.

버틴다는 건 버티는 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회사에게 상처받는 나날들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버티고 있다. 못 버티더라도 뭐 어떤가? 못버틴게아니라 사실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끝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너무 상심하지 말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글을 쓴다. 나를 위로하던 글귀에서 타인을 위로하는 글귀를 써 내려간다. 그림을 그린다. 내가 내게 친구가 되어주려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게 내가 그동안 잘 버텨온 이유 중 하나다. 오늘도 그림그리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_한소금(인스타 / 카카오톡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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