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7일
넷플릭스 구독으로 혹사당하는 눈에게,
오디오북 구독으로 출근길 잠깐의 휴식을 선물했다.
스마트폰 최대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폴더폰? TV? 많은 사람이 공감하듯 우리에게 두 개밖에 없는 눈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마트폰 때문에 눈은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중노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넷플릭스로 인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인 수면시간마저 빼앗기고 있다. (*넷플릭스 CEO가 콘퍼런스에서 자신들의 경쟁상대는 수면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 역시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이 세 가지 서비스에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 대부분을 갖다 바치고 있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라는 말은 매일 하는 새해 다짐과 다를 바 없었다. 수면 시간이 줄어서 일까. 대중교통을 이용해 아침 출근길에서까지 스마트폰을 보고 있기란 영 힘들었다. 유튜브를 볼 때 화면을 크게 해서 보지도 않고, 웹툰을 보다가도 눈이 시큰시큰해져 고개를 돌린다.
클럽하우스라는 힙한 서비스를 만나게 되었지만,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골라들을 수 없다는 단점과 가끔씩 등장하는 자기 자랑 TMT들로 인해 나의 출근길 아침과는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디오북을 만나게 되었다. 윌라의 경우 성우가 책을 읽어주기 때문일까? 감성적인 부분이나 전달력? 호소력? 같은 것이 다른 오디오북 보다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출근길에 눈을 감을 수 있게 되었다.
왜일까.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왠지 모를 위화감이 있었다. 팟캐스트나 라디오와는 약간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는데, 아마 문어체와 구어체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문어체를 그대로 낭독하다 보니, 구어체의 팟캐스트나 라디오보다는 전달하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 기준에서 오디오북으로 들었을 때 좋은 책과 좋지 않은 책이 생기게 되었다.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독백이나,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에세이류는 오디오북으로 들었을 때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소설이나 호흡이 긴 설명이 들어가는 인문학, 경제서적의 경우 오디오북으로 들었을 때 한 번에 이해하기가 약간 어려웠다.
단순히 내용의 이해적인 측면도 있지만, 말해준 상황이 잘 연상되지 않는다던지, 상상하며 내용을 따라가기에 오디오와 호흡이 맞지 않는다던지 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래서 2주간 시도는 6~8권 정도 했는데, 완독(?)한 오디오북은 3권 정도로 모두 가벼운 에세이였다. 완독 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종이책으로 읽어본 책을 오디오북으로 다시 듣는 것도 꽤 괜찮았다. 읽은 책을 다시 듣는 것은 어찌 보면 내용보다 내용에 실린 성우의 감성에 취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약 3주 남짓한 시간 오디오북을 듣다 보니, 크리에이터 클럽 글쓰기 모임에서 자기가 쓴 글을 낭독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글을 쓸 때 확실히 낭독을 고려하고 쓴 글과 그냥 쓴 글은 다르다. 문어체보다는 구어체를 많이 쓰게 되고 실제 글을 낭독할 때 듣는 사람이 상황이나 글의 감정선에 잘 공감할 수 있도록 글에는 없는 악센트를 넣거나, 약간의 연기를 하거나, 문장의 순서나 단어를 바꾸기도 한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배우가 대본을 그대로 리딩 하지 않고 캐릭터에 맞춰 바꾸는 느낌이랄까..?
나중에는 이미 나온 책을 오디오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북을 위한 글을 쓰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몰아보고 각 화 별 러닝타임을 넷플릭스 유저에게 최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처럼 말이다. 들었을 때 연상이 쉽고, 호흡이 너무 길지 않고, 감정선이 잘 전달되는 오리지널 오디오북. 매력적일 것 같다.
브런치에서 다양한 글을 접하다 보면 낭독했을 때 매력적일 것 같다는 글들이 있다. 라디오 DJ의 인트로나 아웃트로 멘트 같은 느낌이 나는 글들이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쓰인 이런 글들도 성우가 좋은 목소리로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중에 생겨날까?
오리지널 오디오북? 오디오클립? 오디오글? 에이로그? 같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