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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진 Mar 20. 2023

세계 최강 인턴, 챗GPT

챗GPT의 미래, 미리 한번 까보자. 틀림 말고..

이번 브런치 타이틀을 생각할 때, 두 가지를 버리지 못했다. 하나는 어그로 좀 끌어보자는 관종 욕구고, 다른 하나는 '챗GPT의 응답이 전문가 수준'이라는 이야기에 대한 왠지 모를 반박 욕구였다.


챗GPT를 처음 쓰고 많이 놀랬다. 기존 AI와는 수준이 다른 답변을 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왜 소주를 좋아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가성비가 좋아서, 유통적인 접근성이 좋아서, 한국 음식과 페어링이 잘 되어서 등 다섯 가지 정도의 이유를 대며 답변했는데 모두 그럴싸하니 맞는 말이었고, 사용자 모두가 감탄한 것처럼 문맥이 너무나도 깔끔했다.


유료 결제를 했다. 대단하다. 앞으로도 계속 쓸 것 같다. 주도적으로 일하지 않고, 남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긴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자기 주도적으로 의사결정 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테니까.


근데 이거.. 당연한 거 아닌가? 그렇게 특별한 일인가?


챗GPT가 대단하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지만, '챗GPT가 전문가 수준'이라는 말에 급발진 버튼을 누르는 이유는 전문가에 대한 나의 기준 때문인 것 같다. 챗GPT의 올려치기를 위해, 전문가가 내려치기 당한 느낌이랄까?


내가 생각하는 전문가는 '많은 것을 아는 사람, 많은 것을 외우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럴싸한 말, 당연한 말, 정답 같은 이야기만 모아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전문가는 단순히 '내게 수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를 모를 때, 내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는 이 길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나, '아무도 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길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챗GPT와 관련된 이야기 중 주식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챗GPT가 특정 직업, 특정 분야의 종사자를 완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사라지고, 전문가의 역량이 상향 평준화 되는 시대를 만들 것 같다. 물론 미래는 까봐야 아는 거지만.


챗GPT의 답변을 보고 비슷한 글을 본 것 같아 생각했다. "SNS 마케팅 한 권으로 이해하기",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꼭 알아야 할 10가지 법칙" 같은 느낌의 제목을 달고 있는 실용서인척하는 이론서 혹은 블로그 컨텐츠를 봤을 때의 느낌과 똑같았다. 책에서 나올 법한 내가 쓸 수 없는 이론, 대학교 1학년 전공책 필기 노트, 신입사원에게 큰 가이드 없이 맡긴 첫 번째 자료조사와 같았다.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묻자마자 대답해 주는 서포터가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다. 그리고 이를 내 맥락과 상황에 맞춰 정확하게 대답해 줄수록 좋고, 내가 원하는 양식과 포맷에 맞춰 문서까지 써서 대답해 줄수록 좋다. 나의 시간을 많이 단축시켜 주니까. 하지만 여기까지인 것 같다.


의사결정과 선택에는 결국 믿음이 개입할 것이다. 챗GPT의 말을 얼마나 믿을 것이냐에 대한 나의 믿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결국 나의 역량만큼 챗GPT의 대답을 믿을 수 있다. 그래서 챗GPT가 사람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챗GPT가 인간을 넘어서는 것이 아닌, 챗GPT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챗GPT를 못 활용하는 사람을 넘어서는 일이 생길 뿐이다.  


앞으로 신뢰가 더 중요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사람은 나와 함께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는 믿음.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주도적으로 일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팀원/리더에게 챗GPT보다 신뢰를 못 준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문제이지 않을까?





챗GPT와 관련된 Generative AI 시장의 미래는 이런 방향들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정리해 보았다.

 

1. 누가 만든 챗GPT인지가 중요해지지 않을까?

챗GPT의 대답을 믿는 과정에 있어서 개인의 역량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치와 성향적인 부분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유튜브/뉴스기사에는 논리적인 이야기로 이루어진 양질의 정보성 컨텐츠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두 믿지 않는다.


예를 들면 보수성향을 가진 기업/미디어/언론이 만든 챗GPT가 전달하는 내용과 진보성향을 가진 기업/미디어/언론이 만든 챗GPT에 대한 사용자가 양극화를 이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자 입장에서 보는 Generative AI의 큰 장점은 정보를 컨텐츠화하여 큐레이션 해준다는 것에 있는데, 정보 건 컨텐츠 건 내 취향이 아니면.. 정답 여부, 논리 여하에 상관없이 소비/사용하지 않는다.


기술력이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 될 경우, 마치 제품을 사거나 유튜브 컨텐츠를 소비할 때 와 마찬가지로 나의 성향/취향에 맞는 사람이나 기업이 만든 챗GPT를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2. 누구를 위한, 누가 쓰는 챗GPT인지가 중요해지지 않을까?

위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에서 추측되는 가설로 개개인이 챗GPT에게 원하는 맥락의 정보와 답변이 다르다면 이에 맞는 챗GPT들이 출시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케터를 위한 App 서비스가 다르고, 디자이너를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가 다르고, 자영업자를 위한 회계 관리 서비스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사용자의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챗GPT는 나의 상황과 내가 원하는 답변의 맥락을 잘 캐치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프롬프트를 작성할 수 있을까? 프롬프트 작성 역량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의 상황과 맥락을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챗GPT가 나온다면 여기에도 수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질문자의 성별, 직업을 모르는 상태에서 질문받는 챗GPT와 질문자가 어떤 일을 하는 자영업자인 것을 아는 상태에서 질문받는 챗GPT는 분명 사용에 있어 난이도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3. 4대 매체 시대처럼 커다란 한 개의 챗GPT가 정보 전달을 독식하지 않을까?

위의 내용과는 전혀 맥락이 다른데.. 기술의 격차로 인해 단 1개의 챗GPT(Generative AI)만 서비스되게 된다면 예전 4대 매체 시절이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가 있던 시절처럼 정보 제공을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솔직히 '정보의 객관성과 중립성이 잘 유지된다는 말도 안 되는 가정'하에 이 방향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양이 너무나도 많아지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펙트체크 등 정보와 컨텐츠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도 커진 것이 사실이다.


강력한 중앙집권, 독재와도 같은 정보 독식&배포에 대해서 우리는 항상 불편함을 느껴왔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여차하면 이런 미래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나는 인간의 능력을 믿는다. 그래서 챗GPT와 Generative AI는 인간의 시간을 아껴주는 비행기, 자동차, 세탁기, 스마트폰, 회계 시스템, 엑셀, 간편결제 등의 도구로써 활용될 것이라 생각한다. 공인인증서 쓰다가 간편결제를 처음 쓰려고 하면 정말 불편하다. 하지만 그 시작이 어렵고, 불편할 뿐이다.


그렇게 인간은 아껴진 시간을 활용해 어느 영역이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전문가적 영역'을 만들어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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