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워킹맘
그리고 아기가 할머니에게서 안 떨어지는 그 잠깐 동안 여유 있게 샤워하세요. 몇 달 후 걷고 뛰기 시작한 아기는 퇴근한 엄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뉴스앱 <헤드라잇>에 동시 연재합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후배가 이런 하소연을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아기를 봐주시는데 자기가 집에 들어가면 아기가 할머니에게서 떨어지지 않아 너무 서운하다고요. 그래도 자기가 엄마인데 몰라봐주는 아기에게도 섭섭하고, '할미한테 올래?' 하며 좋아하시는 시어머니에게도 서운하다고 말입니다. 서로 꼭 안고 있는 아기와 할머니를 보며 속상해하는 스스로가 어이없다며 웃더라고요. 저도 이해가 가는 감정이었어요.
아기를 낯에 누군가에게 규칙적으로 맡기다 보면 엄마인 내가 아닌 주양육자에게 애착이 더 강한 시기가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시기는 정말 잠깐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의 서운하고 허탈한 마음은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저는 출산 후 백일이 지났을 때 친정 엄마에게 육아를 부탁하고 복직을 했습니다.
출산 직전에 친정 동네로 이사를 해서 아침마다 엄마가 저희 집으로 출근을 하시고, 저는 회사로 출근하는 일상이 시작되었어요.
아기가 한창 낯을 가릴 무렵일 거예요. 엄마가 퇴근하면 할머니가 집에 가신다는 걸 눈치챘는지 제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징징대더라고요. 안 그러던 녀석이 친정 엄마에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제가 안아보려고 하면 성질을 부리면서 고개를 내두르니 서운하기 이를 데가 없었어요.
애써 태연한 척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가서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아이에게 서운한 마음도 들고, 내가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었죠.
돌이켜보면 그럴 거까지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정말 잠깐이거든요.
하소연하는 동료에게도 말해주었지요. 정말 잠깐이고, 아마 그 시절이 그리울 만큼 엄마 껌딱지가 되는 날이 금방 돌아올 거라고요.
하지만 그 말이 동료의 귀에 순순히 들어갈 리가 없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다 거쳐가는 과정인 것을 모를 리가 없죠. 그래도 서운한 것을 어쩌겠습니다.
엄마 마음이 정말 유치하죠?
그렇지만 하루 종일 보고 싶던 아기가 퇴근 후에 확 달려들지 않으면 얼마나 허탈한지 경험해 보면 누구나 유치한 마음이 가득해질 겁니다.
그래도 그 시기를 잘 이용하세요.
일단, 주 양육자에게 아기와의 애착관계가 깊은 것에 대한 감사표현을 해 보세요.
친정 엄마가 됐든, 시어머니가 됐든, 도우미 이모님이 됐든, 애착을 잘 형성시켜 주신 분께 칭찬이 필요합니다.
“아기를 너무 잘 봐주시니까 아기가 떨어지려고 하질 않네요. 애가 할머니 너무 좋아하나 봐요. 저를 볼 때랑 표정이 정말 틀려요.”
육아를 해 주시는 분들은 우리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셨을 거예요. 아기 엄마인 우리도 아기와 하루 종일 있으면 진이 빠지잖아요.
저는 아기가 어릴 때 '애 볼래, 밭맬래, 하면 밭맨다'라는 옛말이 어쩌면 그리 찰떡일까 싶은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최소한 밭 매는 일은 내 컨디션에 따라 쉬고 싶을 때 쉴 수는 있으니까요.
대부분 아기 봐주시는 분들은 우리보다 연세가 많은 분 들이신 경우가 많습니다. 종일 밥도 편히 못 먹고, 힘들었을 텐데 아기 엄마가 칭찬을 해 드리면 기운이 나실 거예요. 아마 우리가 회사에서 상사에게 업무에 대한 인정을 받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드실 겁니다.
그리고 아기가 할머니에게서 안 떨어지는 그 잠깐 동안 여유 있게 샤워하세요. 몇 달 후 걷고 뛰기 시작한 아기는 퇴근한 엄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말이라도 시작하고 나면 퇴근하자마자 다리에 딱 달라붙어서 꼼짝 못 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샤워가 웬 말인가요. 밥 먹을 때도 어깨를 타고 올라가는 아기 때문에 숟가락 들기도 힘들 테니까요.
그때는 역전이 됩니다. 퇴근 후 돌아온 엄마에게 싹 돌아서는 아기를 보며 할머니들은 은근히 서운할 겁니다.
생각해 보면 할머니 껌딱지였던 그때도 할머니가 퇴근하시고 나면 아기는 바로 엄마 쪽으로 태세를 전환했던 것 같아요. 좀 징징대다가도 할머니가 사라지고 나면 엄마, 아빠 쪽으로 은근히 엉덩이를 들이밀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치댈 것이 뻔합니다.
처세에 능수능란한 놈들 같으니라고.
엄마들,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뉴스앱 <헤드라잇>에 동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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