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Dear 워킹맘

5세 이하 아기의 엄마가 자기 계발을 하고 싶다면...

[Dear 워킹맘] 계획을 세우지 마세요.

by 춘춘
정신없이 바쁘지만 나를 위해 잠깐이라도 시간을 냈다는 것은 내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나에 대한 호감은 육아 우울증과 무기력을 밀어내 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뉴스앱 <헤드라잇>에 동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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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이유는 자기 의지 부족입니다. 이럴 땐 동기부여가 될 만한 일들을 찾아내거나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실천도를 높여야겠죠.

두 번째 이유는 계획을 너무 무리하게 세우는 것입니다. 실현 불가능한 계획은 피로감과 좌절을 안겨주죠. 계획을 현실적으로 고치거나, 마일스톤을 촘촘히 잡는 방법 등이 해결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고치기 어려운 이유, 바로 다른 스케줄이 치고 들어올 때입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거나, 컨디션 난조가 오는, 내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출산을 하고 나면 이 세 번째 이유로 인해 계획이 틀어지는 상황이 매일 반복됩니다.

내 일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불러 대는 아기 때문이죠.



아이와 함께 있으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십 분 이상 유지되기 힘들어집니다. 어쩌다 아기가 오래 자는 시간을 이용해 보려고 해도, 쌓여 있는 일들을 해치워야 하고, 후다닥 잡일을 마치고 뭘 좀 하려고 하면 아기가 깨어버리기 일쑤니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계획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재미로 다이어리를 쓰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생긴 후에는 쓸 때뿐이지 하나도 지켜지지 않는 계획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곤 했지요. 마음먹고 계획을 세워 놨는데 내 의지와 달리 실천이 되지 않으니 욕구불만 같은 것이 생기고 무기력해졌습니다.


그래서 언제인가부터 계획 세우기를 포기했습니다.

아기가 어릴 때는 시간 계획을 세워 봤자 소용없습니다. 먹고 자고 싸기를 반복하는 그 녀석이 전혀 내 사정을 봐주지 않으니까요. 그냥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만 만들어 둡니다. 그리고 정말 짧은 시간, 단 5분이라도 시간이 나면 그 일을 하는 겁니다.


저는 출산 휴가 3개월 동안 '백신 영어'라는 책에서 안내해 준 영어 공부법을 시작했는데요. 반 페이지 정도 되는 대화문 여섯 개를 다섯 번씩 읽는 게 하루 목표였습니다.

제 교재는 EBS 방송 교재 파워 잉글리시였어요. 그 책을 항상 끼고 다니다가 아기가 아주 잠깐, 단 일분이라도 시간을 주면 읽었습니다. 반 페이지를 읽는 데 채 1분이 걸리지 않아서 틈틈이 한 번씩 읽을 수 있었어요. 젖을 물리고 있을 때도 읽고, 아기 띠를 매고 있을 때는 아기 머리 뒤에 책을 들고 읽습니다. 아기를 재울 때가 아니고서는 낮은 목소리로 책 읽는 것을 아기도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틈틈이 하다 보면 하루에 해야 할 양을 대충 채울 수 있었습니다. 가끔 이렇게 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최소한 후퇴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안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꼭 성장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매일 나의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책상에 앉을 시간조차 없지만 틈틈이 공부를 했다는 것, 정신없이 바쁘지만 나를 위해 잠깐이라도 시간을 냈다는 것은 내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나에 대한 호감은 육아 우울증과 무기력을 밀어내 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아기가 조금 자라서 걸어 다닐 무렵에는 매주 시간만 나면 키즈카페에 갔습니다. 저희 아이가 두 돌 때쯤 되던 2012년경, 실내 놀이터 사업은 급성장해서 큰 건물마다 새로운 키즈카페가 줄줄이 생겨나던 시절이었어요. 어디든 뛰쳐나가고 싶은 엄마에게 새로 생긴 키즈카페는 분위기 좋은 카페만큼이나 설레는 곳이었습니다. 그때도 항상 영어책을 들고나갔어요. 남편이 지독하다고 헛웃음을 웃기도 했습니다. 키즈카페에서는 아이도 꽤 오랜 시간 놀이에 집중을 했고, 아이를 내 시야 안에 두고 책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영어 공부든, 독서든, 글쓰기든, 뜨개질이든, 캘리그래피든 그냥 계획 없이 시간이 날 때 하는 겁니다. '하루에 5분이라도 시간 나면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늘 곁에 두면 하게 되거든요. 틈새 시간에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촘촘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훨씬 실천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틈새 시간을 이용할 때 주의점은 틈새 시간이 짧다고 좌절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어차피 '아기와 함께 하는 시간에 가장 주요 활동은 아기 보는 일이다.'라고 미리 단념을 좀 해 둡니다. 5분 자고 아기가 발딱 일어나면 그냥 딱 5분만 하고 접어두는 겁니다. 어차피 조금 있다가 또 5분 자면 그때 하면 되니까요.


사실 영어 공부 같은 자기 계발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보는 것보다는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아기가 중간에 방해해도 크게 짜증이 나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아기가 빨리 깨거나 보채면 분노가 폭발하더라고요. 넷플릭스를 보는 힐링은 정말 한두 시간 시간이 날 때, 누군가 믿음직한 사람이 아기를 맡아줄 때 해야 볼 맛이 나요. 틈새 공부는 드라마보다 중간에 끊기도 쉽고, 자기 계발이 될 뿐 아니라 아기에게 열심히 사는 내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에 마음까지 충만해집니다.

피곤한 날은 아기가 잘 때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아기가 조용히 놀거나 분유를 먹을 때는 보고 싶은 책을 잠깐씩이라도 보고, 아기가 나를 찾을 때는 또 마음을 다해서 예뻐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아기는 커 가겠죠.


다음 달이면 중학교에 갈 아이를 보고 있자니 힘들지만 귀여웠던 그 시절이 어떻게 흘러갔나 아득하네요. 큰 성과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보람 있게 보내려고 노력한 저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엄마들,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공부와 커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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