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에 물을 주면 농작물이 쑥쑥 자란다. 4번쯤 물을 주면 완전체가 되어 수확을 기다린다. 7월 31일까지 285개의 바나나를 수확하면 500g짜리 실물 바나나를 받게 된다.
농작물의 종류는 커피, 통밀빵, 흑미밥까지 네 가지다. 이 중 원하는 농작물을 마음대로 골라 씨를 심으면 되지만 생각 없이 다양한 작물을 심으면 곤란하다. 7월 말까지 모아야 하는 개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한 안에 다 모으려면 한 가지 작물에만 올인해야 한다.
이 농장은 품앗이가 가능하다. 친구가 생기면 작물을 키울 수 있는 밭이 한 개씩 열린다. 친구는 총 5명까지 만들 수 있다. 친구들의 밭에 물을 주고 다 자란 작물을 대신 수확해 주면 내게 포인트가 쌓인다. 그 포인트로 작물을 살 수 있다. 나 혼자 심어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친구들 농장에 수시로 들어가서 일해주고 얻은 포인트로 작물을 더해야 기한 안에 285개의 바나나를 모을 수 있다.
요즘 친구들과 마켓컬리 농장 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처음 친구 한 명이 단톡방에 게임을 올렸을 때는 이럴 줄 몰랐다. 다들 재미 삼아 씨를 한 번씩 뿌렸는데 이게 묘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내 작물에 물 주고 수확해서 바구니 안에 작물을 모으는 재미만 쏠쏠한 게 아니었다. 친구의 밭에 수시로 들어가면 친구의 농사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누가 언제 들어와서 물을 주고 갔는지 알림이 뜬다. 내가 없을 때 내 친구가 와서 물을 주고 간 메시지가 뭐라고 그게 또 그렇게 반갑다.
단톡방에는 실없는 농담들이 수십 개 이어진다.
"퇴근했으면 농장으로 출근해."
"베리베리님, 밭이 말라서 뭔 일 난 줄 알았어. 빨리 씨 뿌려."
"어, 오늘 아침에 애 병원 데려다주느라 농장에 못 갔어. 한 바퀴 돌고 올게."
"달콤파스타님, 일찍부터 움직였네."
"어, 농사는 새벽이지. 낮에는 뜨거워서 일 못해."
"10분 있다가 내 거 수확해."
"야, 물이 너무 부족해. 현질 해야겠어. 마켓 컬리 4만 원어 사면 물 3개 준다."
포인트를 얻는 것보다 농담 따먹기를 하는 재미 때문에 수시로 들락 거린다. 한두 마디 안부만 나누던 단톡방이 활기를 뗬다.
며칠 전, 밤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 폰으로 시계를 보다가 컬리 농장에 들어갔다. 내 밭을 열었더니 누군가 와서 물을 주고 나간 흔적이 있다.
'이 친구도 아직 안 자나 보네. 자다가 깬건가. 얘도 잠이 안오나'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며 농장을 열어보니 부지런한 한 친구가 싹 돌며 수확을 해 갔다.
'얘 일찍 일어났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뜬금없는 연민과 우정이 당황스러워 다시한번 웃는다.
마켓컬리는 자신들의 게임이 정신없이 살고있던 우리를 고교시절로 소환하여, 하찮은 농담으로도 웃음꽃을 피우게 만들줄은 예상 못했을 것이다.
불면으로 고통스러운 늦은 밤, 잠들지 못한 친구가 같은 화면을 보았음을 알고 미소짓게 만드는 게임이 될 것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컬리의 마케팅은 성공했다. 들어올 때마다 즐거운 나는 괜히 뭐 살 거 없나 들락거리고, 쿠팡이 더 싼데도 컬리 장바구니에 야채를 담아본다.
7월 말에 바나나 한 송이를 받아들고 인증샷을 찍어 단톡방에 올릴 생각을 하니 또 웃음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