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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Oct 24. 2024

좋은 말을 좋아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

살면서 배우고 고칠 일들은 끝이 없다.

엄마가 일구던 조그만 블루베리 밭을 지난달 정리했다. 20년이 넘게 일주일에 반은 시골 밭에서,반은 서울에서 보냈던 시절이 지나가고, 부모님은 더 이상 서울에서 두시간 거리의 밭으로 농사를 지으러 가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셨다.


모든 계약 절차를 마친 후, 양도소득세 처리를 하기 위해 세무사 사무소를 검색했다. 아빠가 한 군데 연락을 해 봤지만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게 금액이 너무 적어서 그런가, 안한다고 하네.”

“어차피 금액이 얼마든 수수료는 같을텐데 이상하네, 내가 한번 알아볼게요.”


인터넷으로 가까운 세무사 사무소를 찾던 중 카톡으로 24시간 연락이 가능한 사무소를 발견했다. 져녁 7시가 넘었는데도 연락하니 바로 답을 주었다. 농지에 관한 일도 한다고 해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날 전화로 알려주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몇번 다이얼이 울리자 바로 전화를 받은 세무사의 목소리가 친절하고 차분했다. 전화 상담 후 관련 자료를 전달하기로 했다.


“저희 아버지가 내일 자료를 드리러 가면 될까요?“라는 물음에 세무사의 답은 이러했다.

“이번주는 부가가치세 신고기간이라, 대면 상담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셔서 자료를 직접 주시면 감사한데, 그래도 오셨으니까 시간을 좀 할애해 드려야 할텐데 그렇게 해 드릴 수 없을 것 같아서요. 괜찮으실까요?”


아마도 이번주가 바쁜기간이고, 서울에서 농지 처리하는 일이 드물어서 다른 세무사 사무소에서 거절했겠구나 이해가 되었다. 이 사무소 역시 바쁜 주간이라 상담은 거절한다는 의견을 주었다. 그런데 저 멘트를 들었을 때 거절당했다는 생각보다 바쁠때 방해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럼, 저희도 시간이 좀 있으니까요. 일정이 되실때 찾아뵐게요. 언제가 괜찮으세요?”

“다음주면 될것 같습니다. 목요일 오후에 오실수 있으실까요?“

“네, 좋습니다.”

“그리고 거래 금액이 크지 않으시지만 책정액이 있어서요. 수수료는 일정금액 주셔야 할것 같습니다.“

“물론이죠.”


그렇게 약속은 성사되었다. 내 얘기를 전해들은 남편은 연말에 우리도 세무사 상담할 때 이쪽으로 옮기자는 얘기를 했다. 전화 한통으로 이 분은 친절함과 성실함을 전달하여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다.




최근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깨달음을 얻었던 일이 있었다.

요즘 SNS에서 허심탄회한 속 얘기를 올리는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눈여겨 보았던 어떤 작은 가게가 있다. 작지만 예쁜 곳이라 언젠가 근처에 가면 한번 꼭 들르리라 생각하고 팔로우하고 있었다.그런데 아름다운 가게 사진과는 상반되게 사장님이 손님들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일이 잦았다. 물건을 손상시키고 그냥 가버리는 손님, 무례한 질문을 자꾸 하는 손님 등 불쾌한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에는 공감이 가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하소연에 글을 끝까지 읽지 않고 넘기고 싶어질 때가 많아졌다. 어떤 사연은 그저 영업이 잘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원망을 세상에게 돌리는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이제 나는 그 근처에 가더라도 그 상점에는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나도 자영업자는 아니지만 업무를 하며 손님을 대하듯 사람을 대해야 할 경우가 많다. 위의 두 사장님들을 보며 말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같은 말이라도 조금만 상냥하게 바꾸면 전달받는 사람의 기분이 좋을 뿐 아니라 내게도 좋은 기운이 돌아온다.


세무사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이번주는 저희가 바빠서요. 오셔도 상담은 못해드립니다“ 이 말과, ”오시면 시간을 할애해 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드릴 것 같습니다.“ 이 말의 차이.

나도 짧고 무뚝뚝하게 말하는 편이라 고쳐보자는 생각을 했다.




저는 못갑니다

 > 다른 일정이 있어서 참석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왜 그런말을 하셨어요.

 > 하지 않아도 될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


화내실까봐 아까는 말 못했는데요.

 > 생각이 다르실 것 같아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웠습니다.


그거 다른데도 다 원래 그래.

 > 생각보다 그런 곳들이 많더라고.


이건 무슨소리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어.

 > 이렇게 표현하니까 메시지가 잘 드러나지 않네.



수정 전의 문구들은 모두 다 내가 하고 나서 후회했던 말들이다. 잠깐 생각해보니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겠다. 사는데도 늘 연습이 필요하고 자기 성찰은 끝이 없구나.


점심에 걷다가 하늘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두고 손바닥 위에 올리면 화면에 하늘과 나무가 비친다. 그렇게 찍힌 하늘은 눈으로 볼때와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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