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 발표회의 새로운 시도
1. 헝가리5번
2. 사랑의 인사
3. 여인의 향기
4. 넬라판타지아
5. 플라이 미투더 문
6. 캐논 변주곡
7. 라스트 카니발
8. 마법의성
9. 캐리비안의 해적
10. 캐롤메들리
클래식은 물론 팝이나 가요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는데 어찌하다보니 내년 한해를 새롭게 출발하는 회사 경영계획 워크샵을 현악4중주 음악 연주회와 함께 하게 되었다.
그 동기는 글로벌어벤저스라고 하는 수출 관련 기업인 모임에서 비롯되었다. 모 시계 브랜드 대표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는 얘기를 한 것이 시발점이 되어서 술자리에서 연주 실력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게 되었고, 결국 그 대표는 음악 전공자 부인이 속해 있는 '채음 앙상블'이라는 연주회 단체를 초대하는 걸로 연주 요청을 대신했다.
그 모임에 참석한 기업인이 25명 남짓 되었을까. 소규모를 대상으로 눈 앞에서 연주하는 현악기의 울림은 생각보다 깊었다. 애처롭게 가슴을 미어지게 하다가 웅장하게 심장을 쿵쿵 흔드는 30여분의 공연. 앵콜곡까지 듣고 난 뒤에 든 생각은 이 벅찬 감동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다. 연주회를 마친 후 연주 단체 리더를 찾아 날짜와 시간을 조율하고 회사에 돌아와서 직원들이 듣고 싶은 신청곡을 접수해서 보내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원래 경영계획 워크샵을 새해 초에 하려고 했으나 캐롤송과 함께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결국 성탄 연휴 전날인 지난주 금요일에 진행하게 되었다.
이날은 시낭송회도 함께 진행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문화 중 하나가 2주에 한권씩 책을 읽는 독서포럼이다. 한권의 책을 정해서 전 직원이 함께 구입해서 읽고 격주로 금요일 오전에 1시간 가량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회사에서는 도서구입비로 책 값의 50%를 지원한다. 독서포럼에 관해서는 다음번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일년 동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올해 마지막 책은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라는 시선집. 시집이라서 특별히 각자 시 한편을 써 보고 각 조별로 가장 좋은 평을 받은 우수시를 뽑아 문화상품권을 증정했다. 그리고 각 조별 우수시 지은이 3명이 연주에 맞춰 시를 낭독한 것이다. 지난 주에 우연히 우리 계획을 알게 된 인근의 정병* 시인님도 좋은 취지에 동참하고 싶다고 그래서 어느 정도 시낭독회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워크샵 행사는 총 3부로 나눠서 진행했다. 이 중 1부와 2부는 팀별 사업계획 관련된 내용이다. 총 7개 팀의 팀장이나 팀장대리가 내년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대표인 내가 키워드로 내년도 주요 프로젝트를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1주일에 한번씩 참석하셔서 경영 관련해 조언을 해주시는 유준* 고문님께서 '사업계획서는 작성보다 달성이 중요하다'는 주제로 짧은 강의를 하셨다. 아직 회사가 작고 직원들이 프리젠테이션 경험이 없어서 제대로 발표를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막상 전 발표자 모두 깜짝 놀랄 정도로 훌륭하게 PT를 해냈다.
3부는 시낭송과 연주회. 잔잔하게 깔리는 라이브 배경 음악 속에서 시를 읊으니 다들 초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쓰는 시일텐데도 제법 그럴 듯 해보였다. 정병* 시인의 시낭독회는 수준이 달랐다. 역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컸다. 연주회 구성은 원래 바이올린 2명, 비올라 1명, 첼로 1명으로 현악 4중주였으나 바이올린 1명 대신 피아노(키보드)로 변경이 되었다. 대규모 시설이 아니라 작은 소극장같은 문화회관에 앉아 눈 앞에서 듣는 연주는 특별했다. 스피커를 통해 듣는 음악과는 또다른 살아 펄떡거리는 소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채음 앙상블을 경영계획 워크샵(사업계획 발표회는 너무 딱딱해서 명칭을 변경했다)에 초대한 목적은 단순했다. 평소 연주회는 꿈도 못 꾸고 접할 기회도 없는 대다수 우리 직원들에게 클래식 연주회라는 새로운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선의 울림을 통해 나오는 이 오묘한 소리를 통해 그들의 감성이 좀 더 풍부해지기를, 그리고 좀 더 풍요롭고 따뜻한 연말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부였다.
이번주 목요일에 있을 '사랑의 연탄배달' 행사를 마지막으로 숨가쁘게 달려왔던 올 한해가 마무리된다. 이번 연말 봉사활동은작년과 달리 고객과 함께 하는 사랑의 연탄배달이라는 컨셉으로 우리 고객분들 중에 참여를 신청하신 분들을 모시고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 자세한 후기는 다음번 브런치 글에 남기겠다.
초대 연주회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처럼 크고 자리잡은 기업 뿐만 아니라 의지만 있다면 우리처럼 소규모 조직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해 직원들의 삶은 더욱 풍부해지고, 회사에 대한 프라이드도 높아질 것이다. 혹시라도 색다른 문화행사를 고민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