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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백필름 Oct 22. 2023

혁신을 위한 조직 문화

5년 만에 다시 참석한 트레바리 북토크 중 클럽장이 조직문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조직문화는 변화와 혁신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을 위한 조직문화라...


우리가 흔히 조직 문화라고 하면 '복지'가 다양한지 '인센티브 시스템'이 합리적인지, 아니면 '팀워크'가 좋은지, '소통'이 잘 되는지 그런 걸 막연하게 떠 올린다. 이와 더불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동료를 배려하며, 솔직하고 투명하게 일하는 걸 좋은 조직 문화라고 여긴다. 


조직 문화가 뭔지 다시 한번 정의해 보았다.  


문화라는 건 규범이나 법규로 강제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여기며 행하는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유교 문화, 기독교 문화, 일본 문화, 중국 문화 등의 단어를 떠 올리면 자연스럽게 무형의 어떤 느낌이 든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마다 제 각각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성과 지향 문화, 기술 우선 문화, 고객 제일주의 문화 등 다 다르다. 어떤 문화가 더 좋고, 더 나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업마다 고유의 문화가 존재하며, 계속 구축되고 있다. 


나는 창업 초창기에는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즐겁고 재미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초보 사장들이 흔히 가지는 그 마음 말이다. 조직이 작을 때는 경쟁사 역시 약해서 여유롭고 즐거운 회사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점차 조직이 커지면서 재미보다는 효율 위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성장과 성과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 과정에서 즐겁고 재미있는 회사의 모습은 조금씩 퇴색되어 갔다. 농담이 오가던 미팅 자리에는 숫자들이 난무하고, 회사의 미래를 꿈꾸며 자유롭게 떠들던 비전과 미션은 목표 매출과 담당자와 마감일이 명시되어 있는 사업계획서로 대체되었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며, 그 와중에도 최대한 인간적인 면모가 조직에 깃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 분기별로 문화 행사를 갖고 격년마다 해외로 워크숍을 가는 등 동료들과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했다. 본사와 센터의 직원들끼리 서먹하지 않도록 정기적인 미팅과 회식 자리를 가져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전엔 '복지'와 '조직 문화'의 개념이 모호해서 복지가 좋은 회사가 좋은 조직 문화를 갖고 있는 걸로 착각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조직 문화는 사람의 성품처럼 더 좋은 조직 문화를 갖추기 위해서 무엇을 우선시할지 정의부터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때 우리 회사 조직 문화에 방점을 찍은 건 '성장'이었다. 회사가 개인의 성장을 돕고, 성장한 개인이 회사 성장의 토대가 되는, 그런 문화를 이상적이라고 믿었다.


월 1회 사내 북클럽을 통해 개인의 성장을 독려하고, 업무 관련해서 배운 지식을 DB로 구축한 후 2달에 한 번씩 지식왕을 선정해 포상했다. 반기마다 본인의 업무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직무 교육을 진행하는 등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갖춰 나갔다. 나름 성장 위주의 조직 문화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으나 뭔가 중요한 게 결핍된 것 같은 공허함이 있었다.


그런데 조직 문화는 '혁신'을 위한 거라는 멘트를 들었을 때 그 결핍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안정을 위한 조직 문화가 아니라 혁신을 위한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하는구나.' 혁신이라는 단어는 고루하다. 자주 사용된다. 신선함이 없다. 하지만 단어의 의미는 무시무시하다. 가죽 혁자에 새 신자. 원 가죽을 벗겨내고 새로운 가죽을 입는다는 섬뜩한 단어다. 그만큼 힘들다는 거다. 


혁신에는 3가지 방법이 있다. 

1. 같은 일을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것

2. 기존에 하던 걸 없애는 것

3.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셋 모두 궁극적인 지향점은 고객의 이익이다. 고객을 좀 더 이롭게 하기 위해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완전 다른 방식으로 제공하거나, 아니면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없애거나 완전히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것. 이것이 바로 혁신이다.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는 혁신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하던 일만 하면 말라죽는 게 현실이다. 어떻게 변화를 추구하고 혁신을 이끌어낼지, 대표가 어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할지, 사내에 혁신 전담팀이라도 꾸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트레바리 클럽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조직 문화'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회사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 지도 깨달았다. 성장을 위해 하고 있는 사내 북클럽이 대표적이다. 일 년에 1권씩, 연간 12권의 책. (이 중 2번은 저자를 직접 초청해서 북토크 시간을 가진다). 직원들이 다 함께 참여해서 선정하는 도서 리스트에는 직무 관련 책도 있고, 인문학 책도 있고, 일반교양서적도 있다. 모두 좋은 책들이다. 하지만 방향성이 결여되어 있다. 혁신을 위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서를 선정할 때부터 '혁신'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책을 선정하면 어떨까? 북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책을 선정할지가 더 중요하니까.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연간 2회의 교육 중 1회는 직무 향상 교육을 받더라도 나머지 1회는 혁신에 관련된 교육을 받는다면 혁신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지식DB 시간에도 변화와 혁신에 관련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 주면 조직 내에 혁신 DNA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정을 추구한다. 조직 역시 안정을 추구한다. 하지만 인간이든 조직이든 안정은 안주를 낳고 안주는 퇴보로 이어진다. 그래서 짧은 안정과 만족 뒤에는 곧이어 새롭고 힘든 긴 여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짧은 안정과 긴 여정. 이것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묘책이다. 정상에 올라 깃발을 꽂은 후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동료들끼리 서로 격려하며 기쁨을 만끽한 후 곧바로 다음 봉우리를 향해 길고 힘든 여정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게 비즈니스의 숙명이다. 


정상에서 좀 더 쉬고 싶을 때, 이제 새로운 산봉우리를 그만 오르고 싶을 때, 이쯤에서 머무르고 싶을 때 '혁신을 향한 조직문화'는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 줄 것이다. 서로 격려하며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 도와줄 것이다. 정상에서의 짧은 성취감에 가치를 두는 게 아니라 힘겹지만 긴 여정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왠지 비즈니스가 예전 같지 않고, 성장이 정체되고 어려움을 겪는데 원인이 잘 파악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나도 그렇다. 분명한 사실은 조직 내 혁신이 잇따랐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호황은 좋고 불황은 더 좋다"


불황인 지금이야 말로 혁신을 향한 가장 좋은 시기다. 혁신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최적기다. 대표의 머릿속에 이만하면 되었다는 자만심의 이끼를 쏵 걷어 내고 대표부터 솔선수범해서 혁신을 향한 조직 문화를 구축할 때다. 멤버들이 모두 원팀이 되어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우리 비즈니스는 턴어라운드 할 것으로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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