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의 미식 여행
2주 다녀와 7주 동안 우려먹은 여행기 끝!
니스에서 빌린 렌터카를 페르피냥에 반납한 뒤 바르셀로나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바르셀로나는 복수의 친구들이 최고의 여행지로 꼽은 곳이라 창밖으로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이 보이는 순간에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울렁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365일 중 360일 화창하다는 바르셀로나의 날씨를 얼른 피부로 감각하고 싶었다. '여름휴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파리의 날씨는 추웠고 내내 가을 외투를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비도 자주 왔다. 빨리 버스에서 뛰쳐나가 지중해 도시의 풍부한 햇살로 몸을 덥히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생각했던 대로 바르셀로나는 열정과 활기가 넘쳤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뜨겁게 키스하는 커플(...)이 우릴 맞아줬고,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때문에 파리보다도 도시의 데시벨이 높게 느껴졌다. 색감 또한 세련된 회색 같은 파리와 달리 상상했던 쨍한 원색 그 자체였다. 동화 속에 온 듯한 인상을 주는 가우디의 건축물도 이 도시의 채도에서만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맨 처음 간 식당은 그 유명한 비니투스였는데, 대기 줄의 절반이 한국인인 가게 앞에 서서도 사실은 이 집의 맛을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40분을 기다려 꿀대구를 한 입 맛봤을 때는 약간의 과장을 보태 충격을 받았다. 꿀, 토마토, 마요네즈 소스와 입에서 녹아내리는 대구가 어느 것 하나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맛이었다. 다음날 해변가에서 먹었던 빠에야나 마지막날 먹었던 추로스는 꿀대구처럼 충격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돌아서면 그리워지는 그런 맛이었다. 서울에서 먹었던 스페인 음식들과 맛의 전체적인 톤은 비슷한데도 형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감칠맛이 느껴지는 게 참 색다른 미식 경험이었다.
애인은 2주간 다녔던 여행지 중에 바르셀로나가 가장 기대 이하였다고 했다. 나 역시 프랑스 남부나 파리에서 느꼈던 감흥이 훨씬 컸기 때문에 애인의 감상에 특별한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거기서 먹었던 꿀대구나 레몬맛 맥주 끌라라는 아직도 우리의 대화 주제에 불쑥불쑥 오른다. 프랑스에서 먹었던 음식들도 분명히 다 맛있었는데 다시 찾아가서 먹고 싶은 건 죄다 바르셀로나의 요리뿐이다. 지중해의 햇살을 받아 큰 재료들의 힘일까? 그 특별함의 비법이 무엇이건, 지금 당장 끌라라에 꿀대구를 한 입 먹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