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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식문화진흥 Jun 25. 2020

단오(端午)와 건강한 여름맞이(1)

윤덕인 가톨릭 관동대학교 조리외식경영학과 명예교수

오늘은 단오입니다. 이에 맞추어 특별 칼럼을 게재합니다.


‘제 2의 확산’이라고 연일 보도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 19)의 우려 속에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를 그리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안 가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빨리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 19 예방 치료가 용이하기를, 일상의 소중함과 일상의 행복을 기대하며, 신선식품과 제철식품을 먹으며 건강을 유지하는 한식문화 속의 건강한 여름맞이를 생각해본다.      


일반적으로 한국음식의 특징이라고 하면, 현대에 이르러 IT산업이 발달하고 문명의 이기 속에서 살고 있지만 5,000여년이라는 긴 역사를 농업국가로 살아온 때문에 우리 음식은 곡물음식이 발달하여 밥, 죽, 국수 등을 주식으로, 반찬을 부식으로 먹는 형태의 주・부식 분리 구조와 ‘일상식-의례음식’의 이중 구조, 저장식품․향토음식의 발달, 명절음식과 시절음식의 풍습, 약식동원 사상, 그리고 상차림과 식사 예법에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중 코로나 19를 이길 수 있는 근거로 약식동원 사상과 명절음식・시절음식의 풍습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밥이 보약’이라는 의미는 약식동원(藥食同源)사상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데, 비 오는 날 부침개를 떠올리게 하는 정서, 막걸리에 파전, 빈대떡을 떠올리는 정서 또한 한국음식문화의 소박한 여유로움이라 할 수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단오절(端午節)은 일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큰 명절로 음력 5월 5일이다. 2020년 올해는 4월 윤달이 들어서 양력 6월 25일이다. 이 날은 수릿날이라고도 한다. 수리란 ‘신(神)’이라는 뜻과 ‘높다’라는 의미가 결합되어 높은 신이 오시는 날을 뜻한다. 중오절, 천중절, 단양이라고도 한다. 단오의 단(端)은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는 오(五), 곧 다섯과 뜻이 통하므로 단오는 초닷새를 말한다.      


조선 선조 때 완성된 연중행사와 풍속들을 정리한 책인『동국세시기』(홍석모, 1849)에는 단옷날 산에서 자라는 수리취(戍衣翠) 나물을 뜯어 떡을 해먹고 쑥으로도 떡을 해먹는다고 전하는데, 떡의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둥글기 때문에 수릿날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이 떡을 ‘차륜병(車輪餠)’이라고 한다. 쑥을 넣은 떡은 ‘애엽병(艾葉餠)’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떡을 먹으면서 가족들의 무병과 안위를 기원했다.


『열양세시기』(1819)는 조선 순조 때 김매순이 열양(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책으로 단오에 대하여 중국 초나라 회왕(懷王) 때 굴원이라는 신하가 간신들의 모함에 자신의 지조를 보이기 위하여 멱라수(汨羅水)에 투신 자살하였는데 그날이 5월 5일이었다. 그 뒤 해마다 억울하게 죽은 굴원을 제사 지내는 풍속이 있으므로 수릿날이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각서(角黍)라고 하는 고기와 나물을 소로 넣고 밀가루로 만든 떡을 멱라수에 던지며 굴원을 기렸다고 전해진다. 


고려 말기 문장가 이담의 오언고시(五言古詩) 속에 “하동에 귀양 온 뒤로 이제 두 번 단오를 지냈다. 고향근심은 각서(角黍)같이 길고, 세상 맛은 창포같이 쓰도다”라고 시를 읊었는데, 중국 단오의 떡 각서(角黍)는 이후 우리나라 기록에서 점차 사라지고, 우리는 중국과 달리 독자적으로 ‘차륜병’을 만들어 먹고 있다.

단오의 시절음식인 차륜병(車輪餠).

수릿날은 태양의 기(氣)가 극에 달하는 날이므로, 단옷날 쑥을 뜯어도 오시(午時, 낮 11시-13시)에 뜯어야 약효가 제일 좋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태양신을 가장 가까이 접하게 되는 날이 수릿날인 것이다.


조선시대 임금은 신하들에게 애호(艾虎)를 하사하기도 했는데, 쑥이나 짚으로 호랑이 모양을 만들어서 비단조각으로 꽃을 묶고, 쑥잎을 붙여 머리에 꽂도록 하였다. 익모초같은 약초를 뜯어 말린다. 창포비녀와 궁궁이꽂기도 하여 액을 물리치고자 하였다. 


단오선(端午扇)은 단옷날에 선물로 주고받는 부채로, 절선(節扇)이라고도 한다. 영호남지역에서 부채를 진상하면 임금은 여러 자루의 부채를 시종재신(侍從宰臣)에게 하사하며, 부채를 받은 시종재신들은 이를 일가친척과 친지에게 나누어 준다. 다가올 여름철 더위에 대비하는 것이다.  


또 씨름, 그네뛰기, 단오장(창포물에 머리 감고 목욕, 단오비녀 꽂기, 녹색 저고리와 붉은 치마 단오빔을 입는 일 등), 관노가면극, 봉산탈춤, 송파산대놀이, 야중별산대놀이, 단오첩 등 다양한 놀이와 제사 풍습이 있었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아 액운을 물리치기도 했다. 


단옷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내 더위 사가라..’라는 놀이로 더위를 쫒는 재미있는 풍습도 있었다. 코로나19시대에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가라’를 외칠 수는 없지만, 코로나 19가 뉴스에서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원래 단오를 명절로 즐기는 풍습은 부족국가 시대부터 행해져 온 씨 뿌리는 행사인 파종의례(播種儀禮)에서 출발하여 모내기를 끝내고 즐기는 축제로, 떡을 해 먹는 수리취나 쑥은 오늘날에는 건강식으로 유명하다. 

요즈음에는 모시잎으로도 같은 의미로 떡을 만든다. 창포로 빚은 ‘창포주’를 마시기도 하며, 궁중에서는 민어 어알탕을 절식으로 먹었다.

어린쑥을 이용한 쑥설기.

‘앵두’는 여러 과일 중에 가장 먼저 익으며, 단오절에 한창 제철이어서 궁중에 진상하고 종묘와 사당에 천신하며, 편(떡)과 화채를 만들어 먹었다. ‘앵두편’은 앵두를 살짝 쪄서 체에 걸러 살만 발라서 설탕을 넣고 졸이다가 녹말을 넣어 굳힌 것으로 생률과 함께 담아낸다. ‘앵두화채’는 앵두의 씨를 빼고 설탕이나 꿀에 재웠다가 먹을 때 오미자국물에 넣고 실백을 띄워 낸 것이다. 


단옷날 내의원에서는 ‘제호탕(醍醐湯)’을 만들어 진상했고, 임금은 이것을 대신들이나 기로소(耆老所)에 하사했다. 기로소는 조선시대 연로한 고위 문신들의 친목 및 예우를 위해 설치한 관서이다. 처음에는 경로당과 같은 친목기구의 성격이었는데, 1765년(영조 4)부터 독립관서가 되었고, 왕도 참여했다고 한다.


우유를 정제하면 다섯 가지 제품 등급이 나오는데, 이 중 최상 등급을 제호라고 칭한다. 제호는 지혜를 뜻하는 불성(佛性)을 비유한 말과 맛이 좋은 음료,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제호탕은 오매육(매실 껍질을 벗긴 후 짚불 연기에 그을려 씨를 바르고 살을 말린 것)을 가루로 빻고, 사인(축사밀의 씨), 백단향(단향과의 상록 교목), 초과(초두구의 일종)를 각각 곱게 갈아 꿀에 재워, 되직해질 때까지 장시간 중탕하여 항아리에 담아두고, 찬물에 타서 마시면 더위를 이기고 갈증이 해소되며 그 향기가 지속되어 여운이 오래 간다고 한다. 보신용 전통 음료이다.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릉단오제’가 거행되는 강릉에서는 지난 음력 4월 5일(5월 27일) 강릉 단오제를 준비하는 과정의 하나로서 가장 먼저 행해지는 의식으로 신에게 바칠 술을 빚는 행사가 있었다. 이것을 ‘단오 신주(神酒)빚기’라고 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철저한 소독과 거리두기 하에 관계 인사들만 소규모로 참석이 가능하였다. 매년 단오제를 보러가던 마음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하여 모처럼 좋은 구경을 하였다. 


옛날 관아였던 칠사당에서 무녀가 먼저 ‘부정굿’을 하고 제관들은 목욕재계하고 의복을 갖추어 입고, 기능보유자는 부정 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말을 못하도록 입을 흰 천으로 감싸는데, 이날은 마스크를 썼다. 


‘단오 신주 빚기’는 강릉시장이 보낸 관미(官米) 두 되와 시민들이 보낸 헌미(獻米), 누룩, 솔잎을 버무려 단지에 넣고 정화수를 붓는다. 제주단지는 한지로 덮고 금줄로 잘 묶어 칠사당 호장청의 아랫방에 두어 익혀서 음력 4월 15일에 거행되는 산신제와 성황제에 이 술을 사용한다. 음력 5월 5일(양력 6월 25일) 강릉 단오제의 시작인 것이다.


시민들이 가져온 헌미는 정성의 표시이며, 정화수는 정안수라고도 하는데 첫 새벽에 길은 맑고 정한 우물물이다. 금줄은 ‘인줄’이라고도 하는데, 부정(不淨)을 막기 위해 문이나 길 어귀에 건너질러 매거나 신성(神聖)한 대상물에 매는 새끼줄이다.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집 대문에 금줄을 친다. 사내아이인 경우에는 숯과 빨간고추를 간간이 꽂고, 계집아이의 경우에는 작은 생솔가지와 숯을 간간이 꽂는다. 출산의 금줄이 쳐 있는 그 집의 식구 외에 다른 사람은 출입이 금지되고 또 삼가게 된다. 


금줄은 간장독에 치기도 한다. 간장을 새로 담았을 때 간장 맛이 좋고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간장 독에 치는 금줄에는 백지조각을 꽂는다.  


강릉단오제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6월 21일부터 2020 온라인 강릉단오제로 진행된다. 단오굿은 23-28일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되어 ‘축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필자 윤덕인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식품영양학 전공에서 <한국과 일본 떡류의 변천 발달 비교연구>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호텔외식조리문화개론>, <한국음식>, <최신 식품조리과학>, <최신 외식창업과 메뉴개발론>, <교류역사 속의 동아시아 음식문화>, 공저로는 <제민요술>, <음식법>, <한국음식문화>, <강원도음식문화>, <근현대김치와 김장문화> 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식문화진흥사업의 일환으로 매주 한식에 대한 유익한 칼럼을 소개합니다. 내용에 대한 문의는 한식문화진흥사업 계정(hansikcultur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본 칼럼은 한국음식문화 누리집(www.kculture.or.kr/main/hansikculture)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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