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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식문화진흥 Jun 29. 2020

단오(端午)와 건강한 여름맞이(2)

윤덕인 가톨릭 관동대학교 조리외식경영학과 명예교수

여름을 알리는 양기가 강한 단오명절을 시작으로 유두절, 백중일, 삼복 등의 명절과 시절에 먹는 음식을 중심으로 다가올 여름철의 더위에 대비한 건강한 제철음식을 살펴본다.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음력 6월 15일 유두절(流頭節)에는 ‘떡수단’, ‘보리수단’, ‘유두면’ 등을 먹었다. ‘수단(水團)’은 떡이 물에 들어 있는 음식으로 일종의 화채다. 떡을 넣으면 떡수단, 보리를 넣으면 보리수단이 된다. 


‘떡수단’은 가래떡(흰떡)을 콩알만 하게 둥글게 잘라 오미자즙에 넣어 꿀을 타고 잣을 띄운 음료다. ‘보리수단’은 햇보리가 수확되는 이 때에 깨끗하게 대껴 씻은 햇보리를 삶아 보리 한 알 한 알에 고르게 전분을 묻혀 살짝 데친 것을 오미자물에 넣고 꿀과 잣을 더한 음료다. 두 음식 모두 수분 섭취를 염두에 둔 것이다. 


'오미자’는 앞의 앵두화채에서도 사용되었는데,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을 느낄 수 있어 오미자라고 한다. 심장을 강하게 하고 혈압을 내리며 면역력을 높여 주어 강장제로 쓴다. 폐 기능을 강하게 하고 진해・거담 작용이 있어서 기침이나 갈증 등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오미자 물을 우릴 때에는 햇오미자를 사용하고 반드시 찬물에 우려야 제 색과 제맛을 낼 수 있다.


‘잣’은 식용으로 먹거나 약용으로 먹는다. 맛이 고소하고 향이 좋으며, 기름기가 많아 기름을 짜기도 한다. 또 갖가지 음식 재료와 고명, 의례음식인 큰 상의 고임 음식 등에 사용되는 귀한 식품이다. 잣에는 필수지방산이 풍부하다. 잣에 포함된 불포화지방산은 혈압 강하 및 나쁜 콜레스테롤 저하, 동맥경화 예방, 피부 노화 예방, 심장질환 예방 및 기억력 향상, 변비 예방 등에 효능이 있다. 그러나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산패가 빠르고 냄새를 쉽게 흡수하기 때문에 저장할 때 주의해야 한다.


‘오색수단’은 백미, 치자, 감태, 청, 실백자, 연지 등을 사용하였다. 치자와 감태는 오색수단의 색을 내기 위해서 사용된다.     


‘유두면’ 역시 이때 수확한 햇밀가루를 반죽하여 염주알 모양으로 잘게 만든 것이다. 또는 이것을 오색으로 물들여 세 개씩 색실에 꿰어 대문에 매달아 그 해의 액운을 방지하려고 하였다.


『세시잡기』,『세시기』, 『천보유사』등의 기록에 의하면 단오 때에도 ‘수단(백단)’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중 『천보유사』에 의하면 “단오 때가 되면 수단을 만들어 활로 이를 쏘아 맞추었다.”고 한다.


백중날은 음력 7월 15일로 전통적인 보름 명절의 하나다. 백종(百種), 중원(中元), 또는 망혼일(亡魂日),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도 한다. ‘백종’은 이 무렵에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나와 옛날에는 백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하여 유래된 명칭이다.


불가(佛家)에서는 불제자 목련(目連)이 그 어머니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7월 15일에 오미백과(五味百果)를 공양했다는 고사에 따라 우란분회(盂蘭盆會)를 열어 공양하는 풍속이 있다. 승려들에게는 재(齋)를 설(說)하여 부처를 공양하는 날로, 큰 명절이다. 불교가 융성했던 신라, 고려시대에는 일반인들까지 참석하여 우란분회를 열었으나, 조선시대 이후로는 사찰에서만 행해진다. 근래에는 참외, 수박 등 여러 과일과 음식을 마련한다. 

오미자는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을 느낄 수 있어서 '오미자'라 불린다. 찬물에 우려야 제 맛과 색을 낸다.

초여름철의 시식으로는 ‘밀쌈’, ‘증편’, ‘상화병’이 있다. ‘밀쌈’은 얇게 부친 밀전병에 오이, 버섯, 고기 등을 채 썰어 볶아 넣고 말아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것이다. ‘증편’은 술떡으로 쌀가루를 술에 반죽하여 부풀리고, 그 위에 석이버섯, 대추, 밤을 곱게 채 썰어 얹어 찐 떡이다. 맨드라미의 붉은 꽃을 얹기도 하였다. 여름철의 떡으로 쉽게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밀가루에 술을 넣어 부풀리고 팥소, 채소, 고기볶음 등을 소로 넣은 ‘상화병(霜花餠)’도 증편의 하나인데 고려 때 원으로부터 전래된 떡이다. 고려 25대 충렬왕(재위 1274-1308)때 지어진 고려가요 ‘쌍화점’에 보면 “쌍화점에 쌍화를 사러 가고 신댄 회회(回回)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라고 하였다. 당시 상화가 새로운 외래식품으로 크게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근래에는 거의 사라졌지만, 제주도에는 ‘상외떡’, ‘상애떡’으로 불리며 남아있다. 삭망제나 제사에 가는 가족들이 ‘보리상외(보리상화)’를 대바구니에 담아 선사하는 풍습이 있다. 또 ‘상외떡’이 ‘시루떡’ 대신 제사 또는 추석 명절 등 여름, 가을철 상에 올리기도 하며, 지역에 따라 ‘상외(상애)떡’은 상에 올리지 않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팥소 등을 넣어 둥글게 부풀려서 손님에게만 대접하기도 한다. 


삼복(三伏)은 여름 더위가 한참 일 때로, 초복, 중복, 말복이 10일 간격으로 있는데, 절식으로는 ‘육개장’, ‘삼계탕’을 먹었다. ‘육개장’은 쇠고기의 살코기를 고아서 파를 많이 넣고 고춧가루로 조미하여 얼큰하게 끓인 ‘이열치열(以熱治熱)’ 음식으로 여름철에 맞는 국이다.    


‘삼계탕’은 오계(검은 영계)와 백삼, 황기를 넣고 푹 고은 것이다. 또는 영계에 찹쌀과 백삼을 넣어서 고으거나 마늘만을 넣어서 고으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삼계탕에 대한 기록이 안 보이다가『조선요리제법』(방신영, 1917)에는 백삼가루를 이용한 닭국 조리법이 나온다. “닭을 잡아 내장을 빼고.....중략.....뱃속에 찹쌀 세 숟가락과 인삼가루 한 숟가락을 넣고 잡아맨 후 물을 붓고 끓인다하였는데, 1931년판 『조선요리제법』에서는 ‘백숙’ 마지막 부분에 물을 열보시기쯤 붓고 끓여 한 보시기쯤 만들어서 짜서 먹나니라”하였다. 백삼가루를 넣고 끓인 백숙의 국물을 짜서 약처럼 먹었다. 인삼은 귀한 식품이어서 약처럼 먹는 것이다.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최남선, 1946)을 보면, 인삼은 기사회생하는 신약(神藥)으로, 영조임금 시절에 자연삼을 차츰 모으기가 어려워 전라・경상의 남도지방에 씨를 뿌려 인공으로 기르는 법을 실시하였으며, 개성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서 그 후 개성인삼이 유명해졌다고 한다. 인공 재배 전에는 구하기 힘든 귀한 식품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삼계탕’은 ‘계삼탕(鷄蔘湯)’으로 불렸다. 인삼보다는 닭고기를 강조한 이름이다. 수삼의 전국 규모 유통은 냉장고가 사용되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였다. 수삼이 들어가면서 인삼을 강조한 ‘삼계탕’으로 바뀌었다.


‘인삼’은 예나 지금이나 식품이면서 약으로 널리 쓰인다. 맛이 쓰고 달며 한방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복돋우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인삼은 신체가 허약해서 피로를 쉽게 느끼거나 식욕이 부진할 때 주로 먹는다. 면역력을 높이는데도 효과가 좋다.   


한 여름철에는 유두 절식, 삼복 절식이 대표적인 여름철 음식이나, 좀 더 소박한 시식(時食)으로 햇밀가루로 만든 국수, 오이, 호박 등을 고명으로 넣어 닭국물에 끓인 칼국수 또는 미역을 넣고 끓인 칼국수, 호박을 채 썰어 넣고 부친 밀전병, 암치 지짐, 임자수탕, 편수, 호박지짐 등이 별미였다.


‘편수’는 규아상으로 물 위에 조각이 떠 있는 모양이라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변씨가 만들었다고 하여 변씨만두라고도 한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네모로 썰고 오이, 고기, 버섯 등을 채쳐서 볶아 네모지게 싸서 찌거나 삶아서 찬 고기 국물에 띄워 먹는다. ‘만두’는 겨울에 좋고 ‘편수’는 복중에 먹기 좋다. 


‘임자수탕(荏子水湯)’은 영계를 고아서 밭친 국물과 거피한 깨를 볶아서 갈아 밭친 국물을 섞고, 미나리 초대, 오이채, 버섯 등에 녹말을 입혀 데쳐서 국물에 넣어 만든 여름철 특유의 고급 냉국이다. 반면 요즈음 별미국수로 알려진 ‘콩국수’는 서민들이 여름철에 즐겨 먹었다고 하며, 절에서는 중복에 콩과 들깨를 함께 갈아 만든 콩국수를 별식으로 먹기도 했다. 잣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잣국수’도 좋다. 


제이슨 솅커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 2020)에서 일자리, 교육 등을 포함한 18가지 분야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와 온라인 교육, 원격진료가 늘어나고 마사지 등 면대면 서비스 산업의 추락, 헬스장과 카지노, 테마파크의 몰락 등이 점쳐지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 역시 영향을 받아 밀집한 도시의 작은 집보다 교외의 넓은 단독주택이 선호될 것으로 보았다.


먹거리에서는 곡식,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과 달걀, 고기, 우유, 치즈 등에 심리적 식량 부족 현상을 경험하게 되어 사람들은 텃밭을 가꾸거나 닭 등의 가축을 기르며 콩나물을 재배하는 등 확실한 식량의 자급자족을 꾀할 것으로 예측됐다. 더 나아가 실내 재배시설, 농산물 유통시설, 실험실 배양고기 등에 투자 관심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시 농업사회로 돌아가는 것일까?      


이미 전자상거래가 증가하고 사람 간 교류가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특징은 강제 자가격리가 아니라면 편안한 집에서의 여행과 레저를 선호하는 ‘홈캉스(home-cance)’트렌드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에도 불구하고, 머지않은 날에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어 예전처럼 가까운 친지,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상의 행복을 되찾기를 바란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으로만 남고 그것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필자 윤덕인은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식품영양학 전공에서 <한국과 일본 떡류의 변천 발달 비교연구>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호텔외식조리문화개론>, <한국음식>, <최신 식품조리과학>, <최신 외식창업과 메뉴개발론>, <교류역사 속의 동아시아 음식문화>,  공저로는 <제민요술>, <음식법>, <한국음식문화>, <강원도음식문화>, <근현대김치와 김장문화> 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식문화진흥사업의 일환으로 매주 한식에 대한 유익한 칼럼을 소개합니다. 내용에 대한 문의는 한식문화진흥사업 계정 (hansikcultur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본 칼럼은 한국음식문화 누리집(www.kculture.or.kr/main/hansikculture)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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