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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Apr 15. 2017

축구가 재미없다.

K리그는 "노잼"?

제목이 곧 내용인 글이다. 지금까지 치뤄진 K리그 클래식의 경기수는 총 30개. 이 중 기억에 남는 경기는 단 하나도 없다. 축구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인지라 K리그 클래식 뿐만 아니라 챌린지 경기들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비록 경기 전부를 모두 시청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하이라이트는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가 없다. 왜 재미가 없을까 고민을 해보다가 간단한 생각 몇 개가 떠올라서 간단히 정리해봤다. (그림들은 귀찮지만 최대한 D3.js로 그리려고 노력했다. HTML, CSS 개념이 너무 없다보니 그림도 이쁘게 안나오는 듯 하다ㅠ)


1. 한국 축구에 대한 회의감

갓틸리케에서 암틸리케로 추락...

가장 강력한 이유다. 실제론 경기의 질이나 리그 전체의 수준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사실, 제발 그런 것이길 기도하고 있다) 다만,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강력한 불신이 한국 축구의 근간이 되는 K리그에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라는 의견이다. 최근 국가대표팀 플레이에서 고구마 10개를 한 번에 입에 넣은 듯한 아주 불쾌한 느낌을 많이 느꼈던 지라, 리그에서도 사람들의 시각 자체도 회의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 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이 안 좋은 방향으로 발현되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을 비난하는 댓글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맥락은 이렇다. '국가대표팀 수준보면 개리그도 노답인거 뻔하지.' (개리그는 K리그를 깎아내리는 표현이다)

지금의 상황과 반대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국가대표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쉽게 알 수 있다. '갓틸리케'라고 불리던 시절의 슈틸리케 감독은 상주 상무에서 뛰고 있던 이정협을 '깜짝' 발탁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정협 발탁 이후 자연스러운 순서는 이정협이 뛰고 있는 팀, 이정협이 뛰고 있는 리그에 대한 관심 증가다. 그리고 이정협은 아시안컵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K리그 챌린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겠구나'라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다 갔다. 슈틸리케는 더 이상 새로운 선수들을 발탁하지 않았고, K리그에서 뽑는 선수들의 대표팀에서의 활약도 미미하다보니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리그의 골수 팬들은 여전히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 팀에 이렇게 좋은 선수들이 많다'라고 외치며 슈틸리케에게 절대 닿지 않을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선수들이 새롭게 발탁될 확률은 많지 않아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리그나 팀 자체에 큰 충성도가 없는 일반적인 팬들 입장에서는 리그에 관심을 가질 유인이 더 떨어지고 있다.(나도 그렇다.. 반성한다...)


2. 무승부 경기가 많다? 득점이 안난다?

리그에 팬들이 등을 돌린다는 것은 경기 자체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일 수 있다. 경기가 재미없어지게 하는 이유들을 생각해보면 가장 처음 생각나는 것이 승부가 안나는 경기, 즉 무승부이다.

승무패는 홈팀 기준으로 계산했다

최근 5년 동안의 K리그 1-5라운드에서의 경기들을 살펴봤다. 실제로 2015년 이후로 무승부인 경기 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였다. 하나 더 주목할 만한 점은 홈팀 승률이 2014년 이후로 최저라는 점이다. 무승부의 비율이 올라갔고, 그나마 승부가 나는 경기에서도 홈팀이 이기는 경기가 적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관중수 추이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당 평균 관중수 추이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평균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1000명이 감소했다는 것은 꽤 큰 숫자이다. 경기장에 직관을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1000명이라는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관중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전북 현대, FC서울의 관중 수를 제외하면 평균 관중수는 급락한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설정할 수는 없지만, 무승부 경기가 자주 나오는 것은 팬들 입장에서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좋지 않을 수 있다.

경기당 득점 횟수의 빈도 분포

또 하나의 가능성은 득점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축구는 득점이 나지 않으면 '노잼'이 되기 쉽상이다. 실제로 경기당 득점 수가 적었는지 확인해보니 이 부분은 단정지어 말하긴 힘들어보인다. (그래프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가장 오른쪽의 2017년 그래프를 기준으로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득점이 나오지 않은 경기수는 총 3경기, 한 경기에서 총 6번의 득점이 있던 경기의 수는 1경기라는 의미다.) 득점 수가 많은 경기가 올 해 유난히 적었던 것도 아니며 동시에 무득점 경기의 횟수가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다. 득점수의 분포 자체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다. 


3. 해외 리그에 대한 접근성 강화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뒤로 해외 리그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중계 채널이 그 속도에 맞게 늘어나진 않았는데 최근 들어 다양한 종편 채널에서 여러 개의 리그를 방송해주기 시작하면서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의 리그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리그의 팀들보다 해외 유명 리그의 팀들을 훨씬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의 숫자도 내 주위에만 상당수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해외에 있는 팀을 위해 정말 열정적으로 라이벌팀을 까내리는 모습은 정말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슈퍼쏘닉

중계 채널뿐만 아니라 해외의 팀들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클럽들은 한국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한국에서 중요한 기념일에 게시물을 올려 해당 페이지를 홍보하는 등의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해외 리그에 대한 접근성이 이전에 비해 훨씬 향상되고 각 클럽들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해외 유명 리그의 화려한 플레이를 먼저 접한 시청자들은 K리그 경기를 보면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사실 K리그와 해외 유명 리그가 큰 격차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분명히 경기와 선수들의 퀄리티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 또한 충분히 합리적일 수 있다. 중계 카메라의 개수, 각도 등 중계 영상의 질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소에서 K리그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 들어 느낀 리그에 흥미를 잃을 수 있는 원인은 위에 언급한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흥미를 잃을 이유에 대해 적었으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명쾌히 내놓을 수 있어야하는데 안타깝게도 그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첫 번째 이유는 막연하게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잘 나오면 차차 해결될 문제이지만 그 과정을 묻는다면 적절한 답변을 낼 수 없다. 두 번째 이유는 단순히 1-5라운드의 작은 단위를 본 것이기 때문에 편협적이고 미시적인 이유일 수 있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결과나 득점 양상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이는 전적으로 경기에 뛰는 선수들과 각 구단의 감독들에게 달려있는 부분이다. 마지막 이유는 굉장히 규모가 큰 문제다. 이에 대해선 리그 차원에서의 다양한 고찰이 필요하며 다른 국가들의 리그에서는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지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요즘 K리그를 보면서 왜 난 재미를 느끼지 못할 까에 대해 가볍게 적어보려 했는데 글을 다 적고 나니 더 가슴이 답답해진 느낌이다. 대안은 없이 문제제기만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내가 지금 이럴 수 밖에 없는 거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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