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마흔다섯, 나는 두 번의 선택을 했다.
하나는 스스로 원했던 선택, 또 하나는 피하고 싶었던 선택이었다. 바로 이직과 퇴사. 처음엔 전혀 다른 단어처럼 보였지만, 그 둘은 결국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며 같은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누군가는 마흔이 넘으면 웬만한 일에는 덜 흔들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마흔다섯의 나는 오히려 더 깊이 흔들렸고, 더 아프게 무너져 내렸다.
되돌아보면, 나는 나 자신보다도 더 견고한 존재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것은 단순히 안정된 직장이 아니었다. 주도적으로 일하면서도 정당한 직무 순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조직과 리더의 기대 속에 얽매여 있던 나는, 마치 ‘애착인형’처럼 누군가의 손에 쥐어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관계를 '일'이자 '안정'이라고 믿었지만, 실은 조직과 리더의 통제 속에 갇힌 '애착인형' 같은 나 자신이었다.
회계팀에서 벗어나고 싶어 타 부서나 지점으로의 직무 순환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때론 직장을 떠나야만 새로운 업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 6개월, 1년마다 부서를 옮기며 성장할 때, 나는 한자리에 4~5년 이상 있어야만 기회를 논할 수 있었다. 새로운 회사에서도 직무 전환을 약속받았지만, 결국 또다시 구두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직은 설렘이었지만, 퇴사는 현실이었다. 내가 기대한 미래는 번번이 무너졌고, 약속은 종이조각처럼 흩어졌다. 결국 나는 견고해 보였던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야 했다. 퇴사는 해방감 이전에, 내 안의 불안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시간이었고, 오랫동안 외면해 온 ‘진짜 나’의 욕구와 정면으로 만나는 시작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불안과 고독 속, 222일간의 치열한 여정을 기록한 이야기다. 번듯한 직함을 잠시 내려놓고, 세상이 부여한 ‘역할’에서 벗어나 백수가 된 내가, 다시 ‘나’라는 사람을 세워가기 위해 애쓴 날들의 기록이다.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닌 하루가, 나에겐 생존의 기록이었고,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는 치열한 싸움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날들. 무기력에 짓눌려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버거웠던 시간. 반복되는 후회와 자책이 나를 갉아먹던 나날. 그러나 그 속에서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주 작은 성취 앞에서 미소 지으며, 어렴풋한 빛줄기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오랫동안 손 놓았던 데이터 분석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문제 하나를 풀 때, ADsP 자격증을 계기로 ADP 스터디 그룹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났을 때, 제페토에서 가상 의상과 소품, 월드를 제작하며 ‘내가 뭔가를 만들어냈다’는 감각을 되찾을 때—그 모든 순간들이 나를 조금씩 일으켜 세웠다.
삶은 조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이 폭풍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아침마다 '오늘은 무엇이든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때로는 거창한 계획보다,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 일,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는 일, 한 문장이라도 써 보는 일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그 작은 반복이 결국 나를 다시 살아가게 만들었다.
이 책에는 완벽한 성공 공식도, 극적인 인생 역전의 드라마도 없다. 다만 흔들리는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무너져 내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럼에도 한 걸음씩 나아가려 했던 한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다.
내가 쥐고 있던 ‘애착인형’은 세상이 내게 씌운 안정적 이미지였고, 동시에 내가 스스로 믿고 있던 의존적 시스템이었다. 이젠 그 인형을 놓아주고, '진짜 나'의 욕구와 감정에 충실한 삶,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이 글이 조용한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이들이 있다. 늘 책임감 있게 일했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 지쳐버린 40대 직장인, 조직 안에서 자존감을 잃어버렸던 경력단절 여성, 선택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청년 백수,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선 당신. 나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 글은 나의 속마음이자 감정의 기록이다. 때로는 흔들리고, 다시 쓰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그 감정을 지우지 않았다. 부족한 문장일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흔들림을 이해해 주신다면 감사하겠다.
당신도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 출발에 이 책이 작은 용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