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 요약
고백을 잘 못함
놀림
화나서 프러포즈로 복수하기로 함
성대하게 하려니 힘듦
업체 알아봄
흥정하다 친구들을 이용해 저렴하게 계약함
친구들에게 연락함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말 흔쾌히 오케이 했던 친구가 있던 반면
죽어도 못한다고 손사래 치던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그냥 한숨 쉬는 친구도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들이라
부담스러웠던 거 같다.
“야 우린 그걸 보통 쪽팔리다고 해”
그럴 수 있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춤을 추는 게
쉬울 리 없다.
나 또한 워낙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부담스럽긴 했지만
평생 같이 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쪽팔림 1번 참는 것이란
나에게 아무 일도 아니었다.
물론 하지 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나를 놀리던 아내의 얼굴이 떠올라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그때 또다시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것은 바로
친구들에게 가면을 씌우는 것이다.
가면을 쓰고 하면
아무리 사람이 많은 곳이라도
덜 창피하다.
그리고 가면은 내 얼굴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와.. 나 혹시 천재?”
가면으로 친구들을 모두 설득할 수 있었다.
나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고2까지
해외에서 생활했다.
그때 알고 지낸 찐친 2명과
한국에 돌아와 사귄 고등학교 친구 2명이
나의 백댄서가 되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서로 얼굴만 알지
전혀 친하지 않다.
나의 프러포즈 연습으로
이들은 약 10년 만에 만났고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춤연습을 했다.
사실 나를 포함해
내 친구들은
춤을 춰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가장 난도가 낮은
춤을 연습했다.
나야 뭐 워낙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스펀지 같아
바로바로 춤을 흡수했지만
다른 몸치 친구들은
뻣뻣한 몸을 부여잡고 죽어라 연습했다,
친구 중에 대학교 교직원인 친구가 있는데
나의 프러포즈를 위해
학교에 있는 댄스 연습실을 빌려
해당 학교 대학원생 친구와 함께
퇴근하고 춤연습을 하곤 했다.
솔직히 친구들과 연습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내가 헛살진 않았구나 생각했다.
이런 부탁을 수락하고
이렇게 나를 위해 열심히 연습해 주는 친구가 있을까..
다시 생각해도 너무 고맙다.
물론 이에 반해
매번 투덜대는 친구도 있었다.
‘아 꼭 해야 되냐..?’
‘아 진짜 할 거야?’
좀 닥치고 도와줄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나에겐 투덜이라도 괜찮으니 댄서 4명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투덜이 말로는 투덜대지만
막상 연습할 땐 더럽게 열심히 했다.
츤데레 새끼..
그렇게 D-7이 다가왔다.
프러포즈를 일주일 남기고
나에게 또 다른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 아내는 눈치가 빠르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나의 프러포즈를 눈치챌 거 같았다.
그래서 조금 더 완벽한 프로포즈르 위해
훼이크 프러포즈를 생각해 낸다.
성대한 프러포즈
신촌에서 춤추는 프러포즈를
위해
클래식한 밑밥 프러포즈를 미리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내는 더더욱 눈치를 못 챌 것이다.
그래서 급하게
클래식한 프러포즈를 알아본다.
그렇게 아주 클래색한 프러포즈 장소.
“바빌리안 테이블”이라는
가로수길에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아내와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더 완벽한 클래식 프러포즈를 위해
몇 장의 이미지를 만든다.
이미지는 이런 것이다.
마침 러브엑츄얼리를 보지 않았던 아내.
그 영화의 명장면은 바로
스케치북 고백이다.
이걸 오마쥬한 나의 이미지들.
스케치북 고백과 비슷한 내용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아이패드에 저장했다.
그리고 대망의 클래식 프러포즈날.
아내를 만나
평소처럼 데이트를 하고
예약했던 레스토랑에 갔다.
준비했던 음식을 시켰다.
그렇게 밥을 먹다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미리 주문한 꽃다발을 카운터에서 받았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수많은 꽃다발 상자들…
(다들 프러포즈하러 온 손님들ㅋㅋㅋㅋㅋㅋ)
꽃다발과
미리 준비한 목걸이를 들고
아내에게 갔다.
“프러포즈엔 반지 아닌가요?”
반지는 성대한 프러포즈에 사용하기 위해
아직 제작 중이라고 거짓말하고
목걸이를 가져옴.
그렇게 아내에게 저장해 온 이미지를 보여줬다.
“한 장씩 넘겨봐”
아내가 점점 넘길수록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 이게 먹히네?”
준비한 이미지가 끝날 때쯤 난 아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준비한 꽃다발과 목걸이를 보여주었다.
“나랑 결혼해 줄래..?”
아내는 “응”이라고 답해주었고
정말 폭포수처럼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난 이런 프러포즈를 받고 싶었어 ㅠㅠㅠ 너무 고마워 엉엉 엇어ㅇ”
“엉엉엉”
나도 같이 울었다.
“아.. 이거 훼이큰데…”
아내가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서 당황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춤추지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