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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Nov 19. 2016

[16.05.16] 동화 속 정원과 같았던 그라나다

오늘은 그라나다로 넘어가는 날 -

 전날 예진이 기숙사에 찬물이 나오는 바람에 못 씻어서 4시 50분에 일어나.. 드디어 따뜻한 물로 씻었다... 시린 눈에 렌즈를 끼고 화장을 하고 6시에 출발! 오늘도 뛰어서 지하철역에 도달했다. 어제 사놓은 머핀을 예진이랑 하나씩 먹었다.
 두 번 갈아타서 공항에 도착. 미리 체크인을 해두어서 보안검색대로 바로 갔다. 비행기를 곧 탔고 앉자마자 잠들었다. 1시간 반만에 도착해서 초록색 공항버스를 타고 그라나다 시내로 갔다. 역시 부서지는 햇살과 예쁜 경치가 우리를 반겼다.
 첫인상은 바셀보다 작은 예쁜 도시로 느껴졌고, 언저리에 보이는 높은 산에 위치한 흰 건물들이 아름다웠다. 먼저 알함브라 티켓팅 장소에 가서 미리 예매해둔 알함브라 티켓을 발권 받았다. 빨리 예매하지 않으면 매진되어 버리기에, 한참 전에 예진이가 예매했었다. 그리고 우리는 숙소를 찾아갔다. 싼 호스텔이라 기대도 안 했는데 웬걸 시설이 꽤 좋았다!!! 깨끗하기도 했다. 변기 물 내리는 방식이 천장에 달린 체인 잡아당기기인 것, 세면대 수도꼭지가 온수 냉수 각각 두 개라 미지근한 물을 쓸 수 없다는 것 정도만 불편했다. 그 외엔 다 좋았다!  



 그리고 우린 점심을 먹으러 나갔고 눈에 띄는 피자집에 가서 아주아주 맛있는 피자를 콜라와 먹었다. 다 먹고 알함브라로 가기 위해 버스 C3을 탔다. 한참을 오르막길을 오르고 도착했다.




 따가운 햇볕을 견디며 줄을 서고 오픈되자마자 관람을 시작했다. 정원이 먼저 나왔는데 오렌지 나무의 꽃향기가 맞이했다. 약간 프리지아 향이 나는데 너무 황홀했다. 온갖 꽃들이 배치되어있는데 바람에 그 향기들이 넘실거렸고 마치 지상낙원에 온 느낌이 들었다. 정말 진심으로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그라나다 전경은 예술이었고 하늘도 맑고 날씨가 완벽했다.


 어떤 인부 아저씨께서는 자투리 꽃 세 송이씩을 나와 예진이와 프랑스 할머니 한 분께 주셨다. 매우 스윗한 표정과 제스처로 나눠주셨다 :) 기분 좋아진 채로 계속 구경! 예쁘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었다. 그다음엔 계속 다른 곳들도 둘러봤고, 계속 풍경에 압도됐다.

가방에 꽂고 돌아다녔다

 동화 속 미로를 상상하게 하는 곳
















도마뱀...!

 풀숲 사이에 숨어있던 냥이






 궁전엔 시간에 맞춰 들어가야 해서 5시 반에 들어갔는데, 이슬람 사원 양식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건물들이었다. 밖은 햇살 때문에 기온이 높은데, 온통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이 궁전은 추울 정도로 시원했다. 곳곳에 위치한 분수와 정원은 '여기에 일주일만 살아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프랑스인들과 바셀 사람들이 엄청 관광하러 온 것 같았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영어와 프랑스어 가이드를 엿들으며 이해를 돕기도 했다.

 알함브라 안녕!







 다 둘러보고 다시 C3을 타고 시내로 돌아갔다. 궁전에서 검색하다 봐둔 빠에야 집을 갔다. 샹그리아 두 잔과 타파스, 그리고 바셀 빠에야를 먹었다. 맛있었다! 샹그리아 반 마시고 취한 건 비밀.. 바로 옆에 있는 젤라또 가게에 가서 3치도 각각 사 먹었는데 난 요거트랑 페레로 로셰 맛을 먹었다. 그런데 취해서인지 비틀비틀 걸으며 먹다가 카메라랑 가방에 젤라또를 흘렸다.. 원래 바로 산 니콜라스 전망대 야경 보러 가려고 했는데 집 들러서 카메라 닦고 볼 일 보고 예진이도 추워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집 가기 전에 동양 마트 들러서 신라면을 각각 사들고 나오는데... 새가... 설사를 후드득.... 내 카메라와 옷과 머리, 예진이한테 싸고 지나갔다... 안 그래도 젤라또가 카메라에 흘러 들어가서 기분 별로였는데 새똥이 (노란 물 설사) 더 들어갔고, 머리랑 손이랑 외투에 묻은 게 너무 기분 나빠서 야경조차 보러 가기 싫어졌다. 집 들어와서 미친 듯이 카메라를 닦아내고 옷도 빨았다. 그냥 내일 가자고 했다가 시간상 일정상 오늘 가야겠다고 해서 기분 대충 추스르고 나섰다.



 그 와중에 해는 저물어가는데, C1 버스가 도저히 오질 않았다. 결국 15분가량 기다리다가 어느 가게 들어가서 물어보고 우리가 기다리는 정류장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길을 건너 맞은편 도로의 정류장으로 가려는 순간 버스가 왔고 우리는 심장이 터질 정도로 뛰었지만 정류장이 너무 멀어서 놓쳤다. 기진맥진 힘빠져서 다음 차를 기다렸고 타서 결국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 다다랐다. 야경은 생각보다 예뻤다. 알함브라보다 도시의 불빛이 훨씬 영롱했다. 불빛들이 일렁여서 더 몽환적이었다. 사진으로 절대 담기지 않았다. 동시에 한국에 가서 식장산 야경도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2-30분 가량 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작고 촘촘한 불빛들이 일렁였다. 한참을 바라봤다.









 숙소에 돌아와서 라면을 먹으려는데 호스텔엔 커피포트도, 조리 시설도 없었다. 영어를 못하는 프론트 아저씨여서 우리는 손 짓 발 짓, 그림으로 대화를 했지만 여기 호스텔엔 없는 걸로 판결이 났다. 대신 여기를 가면 뜨거운 물을 얻을 수 있다며 어느 가게 이름을 적어주셨다. 적어주신 곳은 밤 늦게까지 하는 타파스집.. 차마 뜨거운 물만 받으러 들어갈 수도 없고ㅠㅠ 무엇보다 창피해서 우리 둘은 문 앞에서 망설였다. 상황이 너무 웃기고 어이없어서 계속 길바닥에 앉아 웃었다. 하지만 결국 용기를 내서 들어갔고, 우리는 뭐라도 사려고했지만 직원은 돈을 받지 않고 온수를 내어줬다. 고마움과 쪽팔림을 인사로 때우고 돌아와서 맛있게 신라면을 먹었다 ㅋㅋㅋㅋㅋ 생에 제일 웃기고 사연있는 라면이었다. 평생 못 잊을 듯.. 다 먹고 내일 일정 정리하고 씻고 잘 준비를 했다. 늦게 씻어서 머리를 말리느라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에 들었다. 하루하루가 역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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