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이야기
극과 극의 두 아이를 키우면 세상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정말이지 이젠 다양한 경험보다 안정적이고 변화 없는 삶을 살고 싶다.)
우리 큰 아이 유치원은 특별활동 수업으로 음악이 있었는데 여기서 뮤지컬 수업을 하였다. 시간이 흘러 제목은 기억이 정확히 안나지만 거인과 숲에 관련된 이야기 었다. 남들보다 똘똘한 편인 우리 아이에게 담임 선생님은 거인(그렇다. 주인공이다.) 역할을 주셨으나, 우리 딸은 그날 집에 와서 펑펑 울었다. 자기는 배경에 있는 꽃을 하고 싶은데 선생님이 거인을 하라고 하셨다며 속상해하는 것이다. 결국 유치원에 전화를 드려야만 했고, 선생님은 우리 딸이 얼마나 주인공 감인지 이야기해주셨으나, 우리 딸은 결국 나무 2였나 꽃 2번을 하게 되었다.
이후에, 유치원에서 단체로 가볍게 악기를 연주한다던지 율동을 하는 동영상에서 우리 아이는 뒷줄에 있었다. 덩치가 크니까 모 라고 생각하면서도 좀 더 앞에서 얼굴이 크게 나왔으면 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둘째가 유치원에 갔다. 우리 둘째는 우리 집에서 장난꾸러기, 띨띨이, 망나니, 돌아이 등으로 불리며, 나의 마음에 사리를 하나하나씩 심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또래보다 대근육, 언어 모두 뛰어나 유치원에서 작은 선생님이 별명이었던 첫째와는 다르게, 또래보다 덩치도 작고 통제가 안 되는 우리 둘째는 일 년 내내 원에서 연극을 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 앞줄에 있었다. 덩치가 작아서 항상 앞줄에 앉아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유치원의 일 년이 끝나고 나서 받은 동영상을 보고, 아, 왜 우리 아들이 항상 앞줄에 앉아 있었나 알 수 있었다.
유치원에서 받은 동영상 파일은 특별활동 시간에 촬영한 음악회 영상이었다. 음악에 맞춰서 마라카스를 흔들고 심벌즈를 치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딴짓을 하는 내 아들이란. 친구들이 박자에 맞춰서 북을 치는데 멀뚱멀뚱하는 아들을 보며, 최대한 가까이에서 선생님을 좀 보라고 우리 아들을 그동안 앞줄에 앉히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신의 아이가 유치원 사진에서 항상 뒷줄에 앉아 있다면, 말도 잘 듣고 키도 큰 착한 아이라서 뒤에 앉혀 주셨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나서야 첫째 유치원 선생님들께 살짝 서운했던 마음이 풀리며, 제발 내년에는 우리 아들도 좀 뒷줄에 앉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