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라. 당당히!

놓친 것 이전에 얻은 것을 먼저

by 한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 한국 선수가 출발선에 섰다. 비장한 자세에 나까지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삐!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두 선수가 하강을 시작한다. 눕다시피 한 자세로 기물을 도는 모습에, 결과를 알 수 없는 두 선수의 속도에 그 짧은 시간 불끈 쥔 나의 두 손에 땀이 배인다.


드르륵! 순간 왠지 모를 이질적인 소리가 들린다. 한국 선수의 자세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이내 자세를 바로잡지만 찰나의 순간은 상대 선수와의 거리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많이 따라잡았지만 극적인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 선수는 0.19초 차이로 금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 나는 놓쳤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런 것 같다. 내 입에서 나온 탄성을 곱씹어 본다면.

“아, 그것만 아니었으면 1등인데!”


같은 생각이었을까. 경기 직후 선수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기쁨보다 아쉬움이 묻어난 표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시원하게 웃지 못했다. 이 대단한 일을 하고도 말이다. 무려 ‘지구 2등’ 아닌가! 함박웃음을 짓던 직전 경기의 여자 선수들이 떠올랐다. 1, 2, 3등 세 선수 모두의 얼굴이 얼마나 밝았는지 보는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물론 개개인의 사정이 있을 거다. 그곳에 가기까지의 과정, 기간, 현재의 나이, 기타 상황들이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늦은’, 누군가에게는 ‘생각지 못한’ 메달일 수 있다. 누군가는 아쉬움을, 누군가는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그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온 자신을 칭찬하면 좋겠다. 그래. 당연히 아쉬움은 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칭찬하며 그 자리를 즐기는 게 첫 번째이면 좋겠다. 고생했다. 잘했다. 훌륭해. 노력이 빛을 발했어. 하며 웃으면 좋겠다. 놓친 것 이전에 얻은 것을 먼저 즐기기를.


자랑스럽다. 정말 멋있었다. 그 자리에 가기 위한 과정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굉장했겠지.

고생했다. 먼발치에서나마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인터넷 매체에 기사가 떴다.

“김상겸은 … 에게 0.19초 차로 져 은메달을 … .”


그들도 나도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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