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 선 Oct 17. 2023

같은 사람이 자꾸 다른 가면을 쓰고 돌아온다.

관계 알고리즘 3: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면 한 번쯤은 감안해 볼 것

관계 알고리즘 1: 불안애착과 회피애착 둘 다 돼보고느낀 점

관계 알고리즘 2: 아주 흔한 연애+이별 특징


결국 안정적인 애착유형을 가지는 것은 뭘까?

- 나의 입장과 가치, 상대방의 입장과 가치, 둘 다 존중하며 건강한 소통으로 두 입장을 조율할 줄 아는 것.

- 나를 버려두고 남을 우선시 하지 않는 것.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큰 상처가 될 행동은 자제하는 것.

-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에 의심이 없는 것. 그래서 믿음에서 기반된 관계를 가지는 것.  


모든 것이 평화롭게 균형된 - 말 그대로 안정된 - 중립의 상태인 안정애착유형은 결핍에 끌려다니는 것도, 두려움에 도망치는 선택도 아닌 나를 위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명확한 자기 인식과 통찰력을 가졌다. 반대로 불안정 애착유형들은 "사랑하는 법"을 안타깝게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나를 사랑할 줄 몰라서 상대도 못 사랑하는, 극단적인 맞은편에 서있는 불안과 회피.

그럼 정반대인 회피형과 불안형이 중립을 찾으려면 서로를 봐야 하지 않을까?


난 부모님께 사랑을 구걸한다는 느낌으로 자랐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내가 자라며 느낀 똑같은 결핍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과 관계들을 맺었었다. 흡사 같은 관계지만 사람만 다른, 엄마 ver 1,2,3.. 같았다. 사랑을 넘어서 가족과 친구관계에서도, 삶은 나에게 같은 결핍을 계속 던져줬다. 가학적이게도, 만남들을 거듭할수록 믿기 싫어 외면해 온 내 상처는 점점 더 뚜렷해지는 것 같았다. 난 정말 아무에게도 사랑 못 받는 사람인 건가?


아니, 그 반대였다.


 삶이 자꾸 같은 감정들을 맞닦드리게 한 것은 맨 처음의 상처를 반박해 주려 그런 것이었다. 내 결핍을 내가 채울 기회를 계속해서 주는 것이었다.


우리가 "영혼의 소울메이트"라는 심화과정 전에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이 자기 사랑이란 과제라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는 게 말이 된다.

우리가 수학문제를 풀 때처럼 - 맨 처음에 잘못된 공식을 배웠으면, 아무리 문제를 연습한다 한들 계속 오답일 것이다. 자꾸 같은 문제에서 틀리는데, 같은 공식을 고집하면서 언젠가 정답을 맞히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오답들을 되풀이해야 정답인 공식을 찾을 수 있다. 어, 뭐가 잘 못 됐는데 하면서 오답노트를 만들어가다 보면 터득하게 된다 - 처음부터 기본 공식이 맞지 않았구나.


그래서 삶은 우리에게 똑같이, 같은 문제를 준다. 같은 사람이 자꾸 다른 가면을 쓰고 돌아오게끔.

과거의 결핍들이 만들어낸 틀린 공식이 아니라, 이번엔 나를 사랑하는 곳에서 나오는 자기 사랑의 공식을 우리가 알아서 터득할 때까지.


상대방은 나의 거울이었다. 그들이 외면하는 나의 바람들은, 다름 아닌 내가 외면하고 있는 나의 욕구들이었다.  

같은 사람, 같은 상황, 같은 감정의 악순환은 내 결핍의 모순을 이해했을 때 끝났다.


살아온 삶이 가지각색이기에 각자의 사랑의 모습은 언제나 다르고, 내 결핍을 채우는 것만 갈망하면 난 무슨 사랑을 하던 아플 거란 걸 깨달았을 때.  

대신 이 납득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날 아프게 한다면 같은 자리에서 계속 애정을 갈구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일어나 떠나는 법을 배웠을 때.

상대를 미워하기보단 내가 어느 방면에서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지 비춰준 감사한 인연으로 보았을 때,  

마법처럼 그 결핍의 굴레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날 괴롭히려는 게 아니었다. 내가 나의 가치를 알아차릴 때까지, 내가 느낄 수 있는 최선의 행복을 느끼며 살려면 꼭 필요한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우린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서포트받아왔다.


결핍의 상태에선 관계도, 어느 결정도,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을 내리기가 힘들다. 내면아이가 두려움에 울고 있고, 내면어른은 그런 아이를 방치하고 구박하고 - 이런 카오스에서 내 시야가 명확할 리가. 그래서 자기 사랑이 먼저다. 내 안의 혼돈을 내가 직접 잠재웠을 때 비로소 사랑받고싶은 절박함이 진정한다. 그리고 타인과의 사랑 역시 내가 찾은 평화를 닮아간다.


개개인이 배워야 하는 건 언제나 다르기 때문에, 과거의 인연들이 아무리 엉망이라고 느껴져도, 우린 그때 각자 꼭 필요했던 레슨을 배우려고 서로를 찾은 사람들일 거다. 그들이 준 상처까지 따스하고 감사하다.


나 자신을 위해 그 사람들의 의미와 목적에서 감사함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상대에게 준 사랑도, 상처도, 결국 궁극적으론 그들만의 여정에 꼭 필요했던 불 혹은 꿀이었을 거예요. 과거의 나를 후회할 필요도, 과거의 인연을 만난 걸 후회할 필요도 모두 없습니다.


우리의 아픈 사랑들엔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궁극적으로 나를 위한 이유.

우리한테 일어나는 일이 아닌, 우리를 위해 일어나는 일이었을 거예요.



다음 글

관계 알고리즘 4: 나를 사랑 못하면 남도 사랑 못 하는 이유




이전 14화 아주 흔한 연애+이별 특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