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상상력의 결과, 연극 <스타크로스드>

얼어붙어있던 심장을 녹일 2025년 최고의... (이하 생략)

by 한성

얼마 전 혜화를 다녀오면서, 가장 보고 싶었던 공연 두 편을 다 보고 왔다. 하나는 앞서 글을 올린 <카포네 밀크>였고, 두 번째는 지금 소개할 연극 <스타크로스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리키는 연인이 티볼트와 머큐쇼라는 설정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연극은 일단... 필자에게 몹시 흥미로웠다. 공식에서 연인이라고 선언하지 않으면 마음이 동하지 않는 불치병을 갖고 있던 나에게 만병통치약 같은 극이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겨우 내서 다녀왔고, 결론은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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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할 수록 재밌는 극


공식 공연으로 올라왔지만 어쨌든 간에 이 공연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2차 창작물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공연을 보기 전에 선입견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공연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 공연에서 그려내는 상징과 비유에 대해 스터디할 수록 재밌어지겠다는 것. 이게 '연극'의 맛인데. 이 공연이 연극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나는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갔고, 결국 가서 대사의 30%는 못알아들은 것 같다.(ㅋㅋ...)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머큐쇼- 500년 후에 태어날 아이들은우리가 느끼는 공포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하게 걸어 다니기를 기도한다.�����������-2024.12.10~2025.03.02예스24스테이지 3관#연극 #스타크로스드.jpg


스터디 안 해도 재밌는 극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터디를 해야만 이 극이 재밌는 것은 아니다. 티볼트와 머큐쇼라는, 전혀 엮일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엮여서 만들어내는 케미가 터지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극만 한정해서 보자면, 명예를 중시하는 티볼트와 자유로운 삶을 중시하는 머큐쇼 사이의 가치관 충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또한 내일을 바라보는 티볼트가 오늘을 살아가는 머큐쇼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변화하는 티볼트의 모습과 또 티볼트에 의해 변화하는 머큐쇼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머큐쇼- 네 말이 맞아,그 노래 못 하던 음치는 종달새였어.안녕, 잘 가, 어서!�����������-2024.12.10~2025.03.02예스24스테이지 3관#연극 #스타크로스드.jpg


전형적인 '게이' 이미지는 마이너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머큐쇼 역할이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일반적인 '게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볍고, 놀기 좋아하고, 문란하고 등등등. 물론 내가 그날 봤던 머큐쇼 역의 배우가 이렇게 연기하는 경향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연출/원전 자체가 그렇게 그리는 것 같았다.


뭐, 전형적인 이미지를 나타낼 수는 있다. 하지만 '정형화'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이가 그런 것은 아니므로.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티볼트- 겁쟁이! 이런다고 네가 나한테 준 모욕이 용서되는 건 아니야.그러니까 당장 칼 뽑아.▪로미오- 이러지 마. 나는 널 모욕한 적이 없어.오히려, 이해할 순 없겠지만, 나는 너를 사랑한다.그러니, 착한 캐퓰렛, 나는 그 이름을 내 이름만큼소중히 여기고 있으니까, 부디 진정해.�����������-2024.12.10~2025.03.jpg


노선을 보는 재미


나는 사정상 딱 한 번밖에 <스타크로스드>를 보지 못했지만, 이 공연을 볼 수 있는 이들에게 여러 번 볼 것을 추천한다. 배우들마다 노선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본 페어가 아닌 다른 페어, 다른 배우의 후기를 읽다보면 같은 공연을 본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이 정도까지 연출이 배우들에게 열려있다니 하면서 놀라기도 했다. 내가 본 페어는 뭐랄까 자신의 현실에 대해 울분을 갖고 있지만 이를 터뜨리지 못하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티볼트와 자신의 현실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않으면서 오늘을 중시하는, 세상을 여유롭게 살아가는 머큐쇼였는데. 다른 배우들은 느낌이 또 다르다더라. 결말을 표현하는 방법까지 완전히 다르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너무 보러 가고 싶다. 진심이다.(이건 그냥 한탄인데 같극 타캐를 부르짖었던 배우들이 정말로 같극 타캐로 왔는데 못 보러간다.... 너무 슬프다...)


물론 <스타크로스드>가 불호인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자극적이고, 어떤 면에서 납작하며, 어떤 면에서 지루한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자극적인 것도 납작한 것도 지루한 것도 재밌었다! 오랜만에 심장 뛰게 하는 극이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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