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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이너뷰Point of View Nov 30. 2022

尹 대통령  민주당 '보이콧'에도 직접 시정연설

2022년 10월 25일

     

민주당은 2023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대통령 시정연설을 전면 거부했습니다. 이전에도 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손뼉을 치지 않거나 피켓 시위를 하거나, 아니면 일부 의원들이 중도 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만을 표시한 적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이래 대통령 시정연설을 야당 의원들이 전면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민주당은 해외순방 중에 야당을 향해 ‘새끼’라고 표현했던 발언과 국정감사 기간 중 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만약 사과하지 않는다면 부득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응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조건을 붙인다는 것을 우리 헌정사에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라고 말하며, 사과 요구를 사실상 단호하게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5일 국회에서 639조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이 야당 국회의원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다수의 언론으로부터 민주당의 시정연설 거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예산안 심의·처리라는 헌법적 책무를 지닌 국회의 제1당으로서 아쉬운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예산안마저도 정쟁의 볼모로 삼는 행태라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는 등의 지적이었습니다.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81조와 “예산안에 대해 정부 시정연설을 듣는다”라고 돼 있는 국회법의 취지를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과 야권을 겨냥한 검찰과 감사원의 전방위적 수사·감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것을 예산안 처리와 연결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야당만큼 윤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겉으로는 “국회 협조를 부탁드린다”라고 하지만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한다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민주당이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대통령과 여당이 사실상 조장한다는 의구심도 나왔습니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이긴 하지만 굳이 국감 마지막 날, 대통령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행한 것은 이러한 의구심의 빌미가 되기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지 않을 간단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이른바 비속어 논란에 ‘사과’, 아니 ‘유감’ 표명만 했어도 야당은 전면 보이콧에 나서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나라 살림과 민생에 직결되는 예산 심의를 정치적 이유로 소홀히 한다는 역풍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 마디 사과’라는 이 간단한 해결 방법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사과에 인색한 것은 이번에만 드러난 모습이 아닙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사과를 하지 않으려는 대통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왜 사과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왜 사과에 대하여는 고집스럽게 인색한 것일까요? 대통령 개인의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만 사과를 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고, 언젠가 부담해야 하는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애초에 사과하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과하지 않는다”라는 설명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그럴듯한 추측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정치인의 태도가 아닌 관료의 태도입니다. 위대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에서 “정치 지도자의 행동은 관료와는 전혀 다른, 아니 그와는 정반대 되는 성격의 책임 원리를 따른다.”라고 말합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행위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며, 이 책임을 거부해서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서도 안 됩니다. 반면에 관료는 주어진 것, 정해진 것만을 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 이상의 책임은 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막스 베버는 타고난 관료, 좋은 관료라도 정치인의 기준으로 보면 무책임한 사람이 되기 쉽고, 최악의 정치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정치인 중에서도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대통령이 책임을 짐에 인색하거나 어색하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각자도생과 이전투구의 세상만 남지 않겠습니까. 만에 하나 대통령이 아직도 자신의 오랜 관료 생활의 습성이 남아서 그런 것이라면, 하루빨리 태도를 바꾸기를 바랍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무엇인지 깨닫고, 좋은 정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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