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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톨 May 31. 2020

SNS는 콘텐츠를 검열해야 하는가?

만약 해야 한다면 검열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트럼프가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SNS를 저격하고 나섰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법적인 보호를 제거하고, 검열과 정치 행위에 연관된 테크 기업에 연방 자금지원을 줄이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

이 일은 민주당 소속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게빈 뉴섬이 우편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 데에서 출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 투표가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트윗으로 반발하자, 트위터 측에서 우편 투표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라는 경고문을 밑에 단 것. 이에 화가 난 트럼프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제 소셜미디어에 거짓이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을 올라오는 경우, 이에 대한 검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간 SNS 기업들은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ion) 230조에 따라 어떤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백악관의 Executive Order on Preventing Online Censorship 중 일부




SNS의 입장

당연히 소셜 미디어의 반발은 거세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앞으로도 잘못되거나 논란이 있는 정보들을 계속 지적할 것”이라고 트윗했고,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CEO는 그간 유튜브가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일관적인 (fair and neutral and consistent) 정책과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유튜브를 비롯한 SNS 기업들은 새로운 목소리를 가능케 하고 대화의 창을 만들었으며, 이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SNS들 중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진실의 중재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기존에도 트위터는 정치 광고를 전면 금지한 반면 페이스북은 정치 광고에 대한 팩트 체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의견 차이를 보인 적이 있다. 여기에 잭 도시는 즉각적으로 "'진실의 중재자'가 되자는 것이 아니라 대립하는 여러 주장들을 연결하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이다"라며 반발했다.


저커버그는 기존에도 지속적으로 개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페이스북에는 2018년부터 사람들이 좀더 건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야채먹어!' (Eat Your Veggies) 라는 팀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저커버그가 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2016년 페이스북의 한 연구원이 극단주의자들의 64%가 페이스북의 추천 알고리즘 때문에 네오나치주의자가 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확증 편향적인 추천 알고리즘 때문에 극단적인 사상이 생겼다는 건데, 저커버그는 극단주의자들의 페이스북 포스팅이 확산되는 것을 80% 정도까지만 허용하자고 했다고. 원래도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던 저커버그 입장에서는 개입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정치 발언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었던 미국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 N번방 방지법(정보통신망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인터넷 사업자들이 디지털 성범죄물의 유통을 방지할 책임이 생겼다. 당연히 여러 가지 반발이 생겼다. 비공개 채팅방의 경우 사적 검열이며,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사건의 온상지였던 텔레그램에는 정작 해당되지 않아 국내 사업자만이 추가적인 의무를 지게 된다는 말도 나온다. 성범죄물을 모두 필터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도 맞지만, 불법적인 행위를 방조하는 것은 당연히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와 방종의 경계는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세계의 역사상 SNS처럼 빠르고, 넓고, 파급력 있었던 언론 매체가 없었다. 페이스북의 사용자는 30억이 넘는다. 어림잡아 보자면 지구에 사는 사람의 절반 정도가 이를 사용하는 것이다. 2011년 튀니지에서 출발한 중동의 자스민 혁명은 페이스북의 공이 컸다는 평이 많다. 그만큼 SNS는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했고,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공개하는 장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긴 글을 쓴 이유는, 이것이 SNS의 새로운 갈림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SNS는 개인의 의견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성장해왔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그들의 목을 겨누는 칼날이 되었다. 유저들이 스스로를 규제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설득당한다. SNS를 교묘하게 활용하는 사람들은 한 쪽의 의견만을 주입할 수 있고, 이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편향적인 의견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공정한 의견을 형성하는 것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NS는 너무나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질 때도 되었다. 모든 자유를 보장하면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방종에 마침표를 찍고 규제에 들어갈 것인가? 만약 정보를 검열하게 된다면 경계선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 경계선은 누가 결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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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출처 :

1. 월스트리트저널, "Facebook Executives Shut Down Efforts to Make the Site Less Divisive"

2. 매일경제 미라클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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