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마흔, 책스타그램 시작> ep4.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와서...

by 책토리

이번 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20225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개막 첫날 방문한 나는 오픈런에도 불구하고 기다란 줄로 대기만 40여분 되었다. 손풍기가 필수였을 만큼 더운 시간을 버텨 겨우 입장을 했다.


어느 꼰대들이 요새 젊은 친구들은
책을 통 읽지 않는다고 했는가?



당초 현장판매 가능하리라는 예상을 뒤집고, 얼리버드에서 모두 마감되어 현장판매는 불가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의 원성을 산 모양이다. 홈페이지에는 장문의 사죄 글이 올라왔다. 그만큼 예년에 비해 올해 도서전은 인기가 많았고, 티켓팅이 치열했다.



대형부스, 중 소형 부스, 이벤트 부스 등 볼거리와 참여할 거리들이 다양했다. 독립출판사,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부스들도 좋은 책들과 함께 아기자기한 굿즈들이 많았다. 창비, 문학동네, 민음사, 김영사 등 대형부스는 결제줄이 세 개의 모서리를 감싸고돌고 돌아야 했다. 부스마다 "진열된 굿즈가 마지막입니다."를 크게 외치며 굿즈들이 완판 되는 현장을 다수 목격하기도 했다.


놀이동산, 맛집 등에서 줄 서기 하는 것을 알레르기 있는 사람 마냥 피해 다니는 나로서는 생경한 장면들이었다. 덕질은 아이돌이나 연예인과 관련된 그 무엇이라고만 여겼던 나였기에 더욱이. 무언가 깊이 있게 좋아하며 지갑을 여는 '덕질'이라고 불리는 행동을 그동안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늘 궁금했다. 그것들이 과연 어떤 기쁨과 행복을 주는지.


도서전 구경 중 우연히 '창비' 부스에서 앳되어 보이는 여학생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일억 번째 여름』책을 집어 들며) 나 이 책 너무 사고 싶어. 살까 말까?"

"너 이미 많이 샀다며, 근데 나도 사고 싶다. 청예 작가, 그 『오렌지와 빵칼』이 대박 났었잖아."

"그러니까, 이것도 너무 재밌을 것 같은데."


남자 아이돌이나 연예인이 아닌 소설 작가를 두고 살가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책을 읽지 않는 젊은 이들을 두고 꼰대 목소리를 내던 누군가의 기를 팍 죽이듯 책에 대한 젊은이들의 설렘 가득한 대화들을 실컷 엿듣게 되었다. 그러는 내내 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편으로 내 아이도 나중에 친구들과 저런 대화를 하며 도서전에 와서 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민음사 부스를 들어갔는데 보고 싶었던 책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대건 작가의 『급류』. 그간 봐오던 표지가 아닌 스페셜 에디션과 코멘터리북을 함께 준다는 글귀에 얼른 매진될까 고민도 않고 서둘러 집어 들면서 덕질하는 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느끼게 되었다.


아! 이래서 덕질을 하는 거구나.

기쁨과 설렘, 이런 감정이 섞여있었다.





책스타그램하며 좋은 책도 많이 알게 되고 읽는 즐거움이 크지만, 책으로 공감하며 소통하는 재미도 크다. 책으로 함께 연대한다는 느낌이 꽤나 기분 좋아서 마음이 묵직하리만큼 뜨거워질 때가 많다.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읽고 너무 좋으면 그 작가의 찐 팬이 된다. 책이 마음을 움직이면 책이 좋아지고 책을 친구 삼게 되고 책을 출판해 준 출판사도 애정하게 된다.


흡사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어오면 그 사람의 취향, 말, 행동을 함께 추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의 다소 못난 행동도 예뻐 보이는 것과 비슷하달까. 책과 관련한 것들이 괜히 더 좋고 예뻐 보이고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이게 도서전 굿즈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아닐까.




얼마 전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책 띠지의 강렬한 한 문장이 꽤나 이슈가 되었었다.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요새 신작 소설들 재밌는 것들이 정말 많다. 책 보며 이야기 나누고 책으로 즐기고 놀 수 있는 문화가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린아이들이 책에 푹 빠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육아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내는 것이 바로 '책으로 노는 것 아니던가!' 책으로 던지고 물고 뜯으며 친해지는 것. 매년 한 번 열리는 도서전이 아닌 지역별로 혹은 장르별로 굿즈로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을 품어 본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믿을 구석'이었다. 요새 나의 가장 큰 '믿을 구석'은 책인 듯싶다. 재미, 공감, 위로 같은 감정을 책으로 느끼고 책과 연결된 사람들에게서 얻고 있으니 말이다. 책으로 연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멋진 일이기에 책스타그램 할 맛이 난다.


도서전에서 산 책_내 마음을 위한 시 한 조각 & 급류(스페셜 에디션과 코멘터리북)
표지부터 영롱한 싯다르타 & 반비 블라인드북 (어떤 책인지 모르고 고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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