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스튜디오 생존기 #01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한 지 2년이 지났다.
정확히는 2018년 4월 30일에 사업자를 등록했으니 1년 하고도 11개월이 지났다.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디자인 에이전시 생활로 20대의 후반을 보냈다. 의욕적이던 초년생과는 달리 경력이 쌓일수록 대표, 실장, 선배의 모습에서 나를 대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짬짬이 독립출판을 해보기도 하고 지인들이 건네주는 외주작업도 해보면서 주체가 되는 작업이 적성에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섣불리 발을 내딛을 수 없었다. 다달이 빠져나가는 월세와 생활비는 월급에서 충당하기도 벅찼다. 그렇게 3, 4년이 지났다. 내로라하는 회사보다는 편하게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렇게 잦은 이직으로 심신은 지쳐갔고 자신감은 점점 떨어졌다.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었다. 마지막 회사를 퇴사하고 30대가 되었다.
한 달 동안 생각 없이 쉴 생각으로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내려왔다. 가족, 친구와의 만남은 그동안의 서울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다. 가족의 일을 도와주면서 생활비를 충당했고, 어렴풋한 목표점을 둔 체 일상을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한 달이 1년이 되었다. 편한 사람들을 만나고,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잤다. 자주 우주에 관련된 영상을 봤다. 그동안 벌어둔 돈으로 근사한 옷을 샀다.
눈을 뜨면 행복한 날들이 있었다. 전공수업을 듣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헐떡임조차 설렘이 동반되어 있었다. 새로운 것들이 넘쳐흘렀다. 보이는 대상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곧 새로운 것들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어느덧 같은 것을 되풀이하는 것에 싫증이 났다. 매번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없었고 그런 허울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내 눈에 익숙해진 것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향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다. 사무실 월세를 유지할 자신이 없어 사업자 주소는 집으로 등록했다. 회사에서 만났던 마음 잘 맞던 동료에게 동업 제안을 했고, 고맙게도 큰 고민 없이 제안을 받아주었다. 그렇게 두 명이서 시작한 디자인 스튜디오는 운영한 지 2년이 되어간다. 정확히는 1년 하고도 11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동안의 시간들은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디자인 관련 서적의 디자이너 인터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여곡절의 나날이었다. 내일 당장 스튜디오가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희미한 앞날을 주체가 되어 나아가는 여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